현대백화점(069960)이 ‘더현대’ 점포 확장을 본격화한다. 작년 2월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개장해 성공한 노하우를 활용해 올해 12월 대구점을 ‘더현대대구’로 리뉴얼하고, 2025년 착공할 광주 쇼핑몰에도 ‘더현대광주’라는 이름을 붙일 예정이다.
더현대서울이 조기 안착한 것이 브랜드 확장의 배경이다. 지난해 2월 개장한 더현대서울은 출범 1년여 만인 올해 3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점포 하나를 세우는데 인테리어와 마케팅 등 막대한 투자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흑자전환까지 3~4년 정도가 걸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1년 만에 안착에 성공했다.
◇ 코로나 펜데믹에 연 더현대서울, 1년 만에 손익분기점 달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더현대서울이 성공한 비결은 2030대 고객에게 특화한 점포 환경에 있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를 겨냥해 점포의 절반 이상을 체험과 휴식 공간으로 할애하고, 점포명도 백화점 뒤에 지역명을 붙이는 대신 더현대서울이라고 지었다.
더현대서울이란 점포명을 작명한 박이랑 현대백화점 브랜드 전략팀 리더는 “2030세대가 더 이상 백화점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다”라며 “백화점이라는 틀을 깨고 색다른 플랫폼으로 태어나기 위해 점포명에서 백화점을 뗐다”라고 설명했다.
신규 백화점이 명품을 입점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역 이용해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의 매장을 들이고, 가수 박재범이 만든 원소주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키즈 등 개성 강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어 오픈런 족(명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에 달려가는 것)을 끌어들인 것도 성공 원인 중 하나다.
현재 더현대서울의 방문객 70%는 20~30대가 차지한다. 이들이 내는 매출은 전체의 40%로, 기존 백화점(20%)의 두 배에 달한다. 점포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원거리 방문객도 50%가 넘는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더현대서울은 월 매출 700억~800억원대로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라고 했다.
◇‘더현대’ 성공 공식 대구·광주로 확대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에서의 성공 공식을 대구, 광주에도 적용해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구점은 오는 12월 더현대대구로의 전환을 앞두고 개편 작업에 한창이다. 이 지역은 신세계(004170)백화점이 2016년 세운 대구점이 지난해 연 매출 1조원(1조1939억원)을 돌파하며 승기를 쥔 상황이다.
지난해 지역 백화점으로는 두 번째로 최고급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모두 입점시킨 신세계 대구점은 코로나 이후 높아진 지역 명품 고객들을 사로잡으면서 지난해 매출이 51.3% 성장했다.
반면, 현대 대구점은 지난해 매출 66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성장에 그쳤다. 루이비통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명품 역량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더현대대구는 젊은 고객들을 위한 체험형 백화점으로 전환해 지역 MZ세대를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지하 1~2층에 위치한 젊은층 특화 매장 유플렉스를 리뉴얼했고, 6월엔 식품관을 개편했다. 다음 달에는 스페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과 함께 식당가가 위치한 8~9층을 새 단장해 개장할 예정이다.
광주 북구 일대에 조성할 더현대광주 역시 기존 백화점과 다른 미래형 문화 복합 쇼핑몰을 표방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일 부동산 개발기업인 휴먼스홀딩스 제1차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roject Financing Vehicle)와 함께 광주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31만㎡(약 9만 평)에 미래형 문화 복합몰을 만든다고 밝혔다.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체험형 쇼핑몰인 만큼 더현대광주라는 명칭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의 DNA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할 것”이라며 “단순히 ‘더현대’라는 이름을 붙인 지역 점포가 아닌 기존 백화점과 다른 콘텐츠가 있는 점포라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