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난에 시달렸던 영화관 사업자들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간 폭등한 부채비율을 낮추고, 고급화·개인화된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고급·특별관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 CGV(079160)는 이달 4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조달 자금 중 2400억원은 향후 1년 간 영화상영부금 등 운영자금으로 쓰고, 1600억원은 채무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채무의 경우 코로나19 기간에 발행했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800억원), 기업어음증권(600억원), 회사채(200억원) 등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청약일과 납입일은 각각 오는 12일, 21일이다.
CJ CGV가 발행하는 30년 만기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만기일로부터 5영업일 전까지 한국예탁결제원 및 원리금지급대행기관에 통지하면 동일한 발행조건으로 만기일을 30년씩 계속 연장할 수 있다.
◇CGV 영구채 발행...부채비율 1900%서 603%로 감소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944%를 기록했다. 이는 통상 시장에서 ‘위험선’으로 읽히는 200%를 훌쩍 넘은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232억원, 영업손실은 549억원이었다.
CGV의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729억원이다. 영구채를 발행하면 자본이 5800억원으로 늘어 부채비율은 603%로 줄어든다. 사측은 이를 통해 재무 상황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리오프닝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상영관 리뉴얼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팬데믹 이후 ‘고급스러운 개별 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난 만큼, 업계 전반이 특별관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CGV는 최근 영등포 스타리움관을 리뉴얼해 462석 규모의 ScreenX PLF(Premium Large Format)관으로 재개관했다. 기존의 전면 스크린을 좌우 벽면까지 확대한 특별관이다. 2인 또는 4인 전용 독립 상영관인 프라이빗 박스도 9개 설치했다. 그 외 용산과 연남, 서면 지점에도 프라이빗 박스를 만들어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CGV 관계자는 “CB로 자금을 확보해 부채비율을 개선하고 상영관 등 시설 리뉴얼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그동안 고금리로 빌렸던 대출을 상환하고, 저금리와 장기간이라는 좋은 조건으로 이자 비용도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영구채 발행 늘리고 ’최대 스크린’ 투자 확대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지난해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작년 6월에 400억원, 12월에 1000억원에 이어 올해 2월에도 300억원어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 역시 ‘국내 최대 스크린’에 방점을 찍고 시설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오는 11월 재개관하는 잠실 월드타워 PLF관인 수퍼플렉스를 포함해 전국 10곳의 수퍼플렉스 상영관을 리뉴얼 할 예정이다. 초대형 스크린과 최고급 좌석 및 사운드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재무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쇼핑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별도 기준 롯데컬처웍스의 매출은 650억원, 영업손실 290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642%다.
지난해 연간 매출도 2180억원으로 2020년보다 12% 가까이 줄어들었다. 해외사업 임대료 등을 줄여 영업손실을 1212억원으로 감축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157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롯데컬처웍스 측은 잠실 수퍼플렉스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상영관’을 순차적으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차별화된 경험을 원하는 고객을 끌어들이려면 시설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프리미엄 공간’에 대한 수요가 분명해졌다”라며 “최고급·초대형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