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적자를 감수하고 몸집을 불렸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일제히 고객 혜택을 축소하거나 요금을 인상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시장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혹한기가 다가오자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롯데온 장보기 화면.(롯데온 제공) ⓒ 뉴스1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 롯데온이 2020년부터 운영하던 롯데마트몰 새벽배송 서비스를 4월 17일부터 중단한 데 이어 이달 운송업체인 롯데로지스틱스 측에 전체 배송 차량의 23%에 해당하는 171대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신세계(004170)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작년에 인수한 G마켓·옥션의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SSG닷컴 고객을 대상으로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 등급제를 폐지하려다 소비자 반발에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고객 등급을 5개에서 3개로 축소했고 하위 등급 고객에게 지급하던 할인 및 무료배송 쿠폰을 없앴다.

G마켓·옥션은 컬쳐랜드의 문화상품권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스마일캐시로 전환할 때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을 다음달 2%에서 3%로 인상한다. 이커머스에서 문화상품권을 10% 가량 할인된 가격에 구매한 뒤 스마일캐시로 바꿔 쇼핑하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할인율이 1%포인트 줄어드는 셈이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둔 11번가는 ‘오늘발송 상품’이 당일 발송되지 않을 경우 OK캐시백 500포인트를 지급해왔으나 다음달부터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티몬은 고객이 단품 상품을 구매한 뒤 리뷰를 쓰면 일반 리뷰는 20원, 포토 리뷰는 50원을 적립해줬으나 4월부터는 일괄적으로 10원으로 낮췄다.

양대 한정판 운동화 리셀(재판매) 플랫폼인 네이버의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도 공짜 거래 관행을 폐기하기 시작했다. 크림은 작년 말 배송비를 1000원 부과하기 시작해 현재 3000원으로 올렸다. 4월엔 거래 수수료를 도입했고 5월에는 수수료율을 1%에서 2%로 올렸다. 무신사 솔드아웃은 다음달부터 배송비 2000원을 부과한다.

이커머스 업계는 지난 2년 간 할인·무료배송 쿠폰을 대거 뿌리며 출혈 경쟁을 해왔지만 올 들어 기류가 변했다. 당일·익일배송보다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새벽배송은 일일 물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유지하고 각종 가격 프로모션을 하나둘 거둬들이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의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는 이제 지났고 한정된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런 방향 전환의 신호탄이 된 것은 작년 말 쿠팡의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이다. 쿠팡은 회원 수 900만명에 달하는 와우 멤버십 회비를 작년 말 신규 가입 회원에게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 올려 받은 데 이어 이달부터 기존 회원에게도 인상한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쿠팡은 한달에 180억원, 연간 2160억원의 수익을 얻을 전망이다.

5월 12일 서울 시내의 주차장에 쿠팡 배송트럭이 주차돼 있다. /뉴스1

쿠팡은 작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올해 1분기 상거래 부문 조정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287만7000달러(37억2000만원) 흑자를 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흑자 전환의 원동력으로 물류 효율성 확대를 언급했지만 매출총이익률(GPM)이 3.3%포인트 개선된 영향이 크며 가격 프로모션 축소가 GPM 개선을 이끌었다고 판단한다”며 “와우 멤버십 인상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포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가 7.5% 증가한 사이 온라인 유통업체는 18.4%, 15.7% 늘었다. 올 들어서는 ▲1월 9.1% ▲2월 14.2% ▲3월 7.9% ▲4월 11.0% 등 전년 대비 증가율이 둔화됐다.

현재 투자를 유치 중인 국내 한 버티컬(특정 분야) 이커머스 대표는 “투자자들이 향후 2~3년 간 안정적으로 현금을 유입 시킬 수 있는 수익 모델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쿠폰을 뿌려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델로는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워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