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이 2015년 매각하려 했던 할인점 킴스클럽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330억원을 투자해 오아시스마켓 지분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적자 안내는 새벽배송’과 ‘자체 브랜드(PB) 판매망 확대’를 추진해 외형과 수익성 모두 잡겠다는 포부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킴스클럽 매출은 2020년 9300억원에서 작년 8400억원으로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00억원대로 전년과 비슷하고 영업이익율은 소폭 오른 약 2.5%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사인 이마트(139480)의 할인점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대였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내실이 좋았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2015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킴스클럽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에도 연 매출 1조원대 알짜 사업이었으나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출혈 경쟁을 계속하며 ‘빅3′ 체제를 굳히자 선두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영향을 줬다. 1년여 간 매각 작업을 하다 가격을 두고 매도자 측과 의견이 맞지 않아 방침을 철회했다.
◇ “적자 안내는 새벽배송 하겠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 가까워지면서 오프라인 할인점들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6일 유기농 식품 새벽배송 전문업체 오아시스마켓 지분 3%(보통주 84만2062주)를 33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킴스클럽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랜드리테일은 전략적투자자(SI)로 ‘오아시스마켓 이사 선임권을 갖는다’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켜 일회성 사업 제휴가 아닌 장기적인 파트너로 온·오프라인 협업을 계속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오아시스마켓을 파트너로 낙점한 것은 흑자를 내는 새벽배송 업체여서다. 작년 기준 매출 3570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냈다.
경기도 성남·의왕에 하루 2만~3만건 배송이 가능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자체 개발한 물류 소프트웨어로 주문 들어온 상품을 분류해 포장하기까지 작업 동선을 최소화 하고 있다. 전국 5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상품의 재고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커머스와의 차별점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4월 외부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새벽배송을 일부 지역에 서비스 해보며 일종의 수요 조사를 마쳤다. 이랜드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새벽배송을 흑자를 내면서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코로나19로 시장에 거품이 꼈던 작년, 재작년보다는 거품이 빠진 올해 흑자기업과 손잡고 시작하는 게 맞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오아시스마켓의 전국 오프라인 점포와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킴스클럽 매장 30개와 경기도 오산 자체 물류센터에 더해 오아시스마켓 매장과 물류센터를 배송 인프라로 활용하기로 했다.
킴스클럽이 지난 2018년 선보인 PB 브랜드 오프라이스 판매 채널을 오아시스마켓 온·오프라인 채널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 오프라이스는 첫해 180억원 매출을 기록한 뒤 작년 800억원을 넘었다.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하려면 판매망 확대가 필수적이다.
◇ 유통업계 최연소 CEO, 과감한 베팅 ‘눈길’
킴스클럽 한해 영업이익보다 큰 금액을 오아시스에 베팅할 수 있었던 데는 유통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인 안영훈·윤성대 이랜드리테일 공동대표의 역할이 컸다.
1981년생인 두 사람은 2006~2007년 이랜드그룹에 입사해 작년과 올해 대표로 발탁 됐다. 안 대표는 중국, 유럽 등 이랜드 해외 의류 브랜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윤 대표는 전략 기획 업무를 주로 맡다가 2018년 이랜드파크 최고재무책임자(CFO), 대표를 역임했다.
오아시스마켓의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첫 만남을 한 지 한 달도 안돼 성사 됐을 정도로 통상적인 SI와의 계약보다 훨씬 속전속결로 진행됐다”며 “1979년생인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대표까지 3명의 젊은 전문 경영인들이 ‘제대로 한번 시너지를 내보자’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전했다.
이랜드그룹은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이랜드몰과 키디키디를 이랜드월드 온라인 비즈니스 부문으로 이관했으나, 킴스클럽 온라인 사업은 이랜드리테일에서 계속 담당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