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공사 중인 펜디 매장. /홍다영 기자

펜디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 거리에 단독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을 연다. 코로나발(發) 보복 소비로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자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2012년 83억4800만달러(11조원)에서 올해 169억6100만달러(22조원)로 2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유행처럼 번지며 2019년 홍콩을 제치고 세계 9위에서 세계 8위로, 2020년 독일을 추월하고 세계 7위로 올랐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펜디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약 400여 평(1322㎡) 규모의 단독 매장을 열기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곳에서 의류·신발·가방·액세서리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펜디 매장은 샤넬, 루이비통, 디올, 막스마라 인근에 위치했다. 펜디 측은 “연내 문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펜디 단독 매장은 건물 전체가 노란색으로 명품 거리에서 눈에 띈다. 펜디를 구매할 때 제공하는 포장 상자처럼 생겼다. 펜디는 주요 백화점에 입점해 있지만 단독 매장은 이곳이 유일하다. 백화점은 공간이 한정돼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따라 펜디는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개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펜디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명품으로 1997년 프랑스 바게트빵처럼 어깨에 끼고 다니는 가방으로 인기를 끌었다.

펜디 한국 법인의 작년 매출은 1234억원, 영업이익은 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44% 늘었다. LVMH의 작년 매출은 642억유로(86조원)로 44% 늘었다. 순이익은 156% 증가한 120억유로(16조원)다.

최근 몇 년간 침체됐던 청담동 명품 거리도 부활하고 있다. 청담동 명품 거리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빌딩 매물이 헐값에 나오자 명품 기업이 건물을 사들이거나 임대해 단독 매장을 열면서 형성됐다. 2000년대 후반 들어 비싼 임대료와 소비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2019년 샤넬, 막스마라, 루이비통 등이 문을 열면서 젊은층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작년 돌체앤가바나와 생로랑도 청담동에 명품 거리에 매장을 열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4분기 청담동 상가 공실률은 0%였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청담동 상권은 코로나에도 소비 활동이 줄지 않았다고 이 회사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