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 가까워진 요즘, 호텔·리조트 업계 관계자들이 앞다퉈 찾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대학교 호텔경영·관광학과 취업지원센터입니다. 그랜드하얏트호텔, 밀레니엄힐튼, 그랜드조선호텔 등 5성급 호텔들이 앞다퉈 현장실습생을 모집하기 위해 센터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실무형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현장실습 제도는 특히 호텔⋅리조트 업계가 선호하는 구인 방식입니다. 고객을 대면 서비스해야 하는 직종인 만큼 서류 심사나 면접으로 확인할 수 없는 학생들의 현장 대응 능력을 4~8주간의 실습 기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도 취업 전에 관심 있는 회사의 근무 여건을 살펴볼 기회로 현장실습을 선호했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호텔의 정상 영업이 불가능했던 지난 2년간 현장실습 수요는 급감했습니다.
수도권 한 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2019년 여름방학 때 50명이 현장실습에 참여했는데 2020년에 10명에 불과했고 작년에도 기회가 적어 학생들에게 스스로 지역 업체를 발굴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올해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각 대학교 호텔 관련 학과 취업지원센터에는 5월부터 유명 호텔의 현장실습생 모집공고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파라다이스호텔 해운대, 그랜드조선호텔 제주, 기장 아난티힐튼 등은 직접 학교를 방문해 기업설명회와 현장 면접을 진행했죠.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현장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겁니다.
호텔업계는 2020~2021년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고 기존 인력을 내보내거나 무급 휴직을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2019년 연간 230만3000명에서 2020년 214만4000명, 2021년 209만8000명으로 2년 연속 줄었습니다. 작년 한 해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가 코로나19 이전보다 20만 개 감소한 것입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정부가 호텔에 요구했던 투숙률 제한 조치를 해제하고 해외 관광객 입국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들은 직원 채용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호텔신라(008770), 호텔롯데가 프런트, 객실 담당 직원과 연회장, 레스토랑에서 근무할 직원 상시 채용에 나섰고,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 인원을 모집 중입니다. 호캉스(호텔 바캉스) 명소로 알려진 안다즈 서울 강남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30% 많은 인력을 채용했습니다.
소노호텔앤리조트도 신입, 경력직을 합해 200여 명을 채용 중이고, 하반기에도 상시 채용에 나설 예정입니다. 소노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7~8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회원을 대상으로 객실 추첨을 진행했는데 인기 리조트는 이미 만실이 됐다”며 “올해부터 엔데믹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뽑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발(發) 고용 충격이 컸던 만큼 신규 채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합니다.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숙련된 직원들은 고용 한파에 회사를 옮기거나 아예 직종을 전환했고, 신입으로 채용해야 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2000년대 초 출생)에게는 대외 변수에 크게 출렁이는 불안한 고용 여건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국내 한 5성급 호텔 운영사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업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져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배달업 등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가 급부상하면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호텔업이 상대적으로 경직적이고 매력적이지 않은 산업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