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제로 웨이스트 백화점을 내걸고 친환경 패키지 기준을 신설하는 등 환경 중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에 나섰다. 지난해 신세계와 이마트(139480)를 비롯 그룹 내 전 상장사에 전담 위원회를 설치해 ESG 경영을 체계화한 데 이은 ‘ESG 2.0′이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이제 친환경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했다”면서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로 웨이스트’ 선언…친환경 포장재 도입 확대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달 친환경 패키지(포장재)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재생 소재 사용 여부와 재활용 가능 수준을 조합해 포장재를 ‘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 미흡’ 등 5단계로 나누고 점포에서는 최소 ‘우수’ 등급 이상의 포장재만 사용하는 게 핵심이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경. /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는 강남점 식품관에 지난 3일부터 해당 기준을 우선 적용했다. 목재펄프 대신 사탕수수 섬유소를 쓴 ‘최우수’ 등급 바가스 펄프를 식품관 포장재로 도입했다. 이후 해당 소재를 전 점포로 확대 도입하고, ‘제로 웨이스트 백화점’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식품관 외에도 패션·잡화 등 백화점 내 모든 장르에 플라스틱 등 폐기물 배출이 적은 친환경 패키지를 확대 도입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식품관 내 친환경 패키지 사용을 통해 연간 25t 규모의 플라스틱 포장재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도 실천 중심의 ESG 2.0 실행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신세계와 함께 경영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내 사회공헌 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한 이마트는 지난달 23일부터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자동 적립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제는 이마트에서 전자 영수증을 발급받거나 세제·화장품 구매 시 리필 용기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제도다. 이마트는 2017년 모바일 영수증을 도입하고, 리필 매장을 늘리는 등 포인트제 적용 기반을 구축해 왔다.

이마트는 ESG 위원회 외 ESG 추진사무국을 별도 출범해 판매 상품이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지속성 가이드(PSI) 마련도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상품, 원재료 소싱, 건강 및 안전, 패키징 등으로 구성된 상품 생산·유통 전반의 환경 영향을 따져볼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마트가 자양점 내 리필스테이션. /이마트 제공

신세계그룹은 이 같은 환경 중심 ESG 경영 실천 노력이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2000년대 초 출생)는 제품 구매 시 기업의 ESG 경영 실천 여부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 결과, 응답자 64.5%는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쌀 경우 구매의사가 없다’는 답변은 32.1%였다.

◇ ESG 전담 부서 늘리고,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

신세계그룹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도 ESG 전담 부서인 ESG 추진팀을 신설했다. 지난 4월에는 사내 친환경 건축 연구조직인 에코랩도 신설했다. 부동산 개발 및 운영 전 과정에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도 ESG 2.0에 나섰다. 배송하는 상품에서 종이 명세서를 빼고, 신선식품 배송에 활용되는 아이스팩도 ‘광합성 미생물(PSB)’이 포함돼 내용물을 하수구에 버릴 경우 하천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에코 아이스팩’으로 교체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종이 주문 확인서 대신 모든 소비자의 구매 명세를 ‘모바일 주문확인서’를 통해 카카오톡 알림과 문자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면서 “매년 절약되는 종이는 A4용지 3000만 장 수준으로 30년 된 나무 3만 그루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2006년부터 운영하는 ‘희망배달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희망배달 캠페인은 임직원이 일정 액수를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금액만큼 추가로 지원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결연 아동 후원과 환아 지원 등에 쓰인다.

이마트-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헌혈증·후원 물품 전달식. /이마트 제공

이마트의 경우 2013년부터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헌혈증서와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만 임직원의 참여를 통해 마련한 4000장의 헌혈증서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10년간 전달된 헌혈증서는 3만1667장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 신세계그룹 7개 상장사 중 5개 ESG 등급 ‘A’

신세계와 이마트는 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ESG 경영 활동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주주권리 보호 등을 담은 신세계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발표했다. 2020년 11월에는 신세계는 연간 영업이익의 10%, 이마트는 15%를 배당한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19년부터 이마트는 물론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신세계푸드(031440), 광주신세계(037710), 신세계I&C, 신세계건설(034300) 등 7개 상장사 모두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주주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으로 신세계그룹 상장사 7곳의 ESG 등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평가에서 신세계그룹 상장사 7곳 중 신세계·이마트·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푸드·광주신세계 5개사가 A(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2020년 3곳(신세계·이마트·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2곳이 늘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친환경, 사회공헌, 상생 등 신세계그룹이 다양하게 실천 중인 ESG 경영 활동을 체계화하기 위해 지난해 ESG 위원회 설치 이후 전담 조직 늘리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 확립에 힘쓰고, 각 사별로 실천 활동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