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2년 만이다!”
7일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옥외 주차장, 45인승 관광버스 5대가 잇달아 들어오자 면세점 직원이 탄성을 질렀다.
해당 버스엔 ‘인센티브 관광(기업이 우수한 성과를 낸 임직원들에게 포상 성격으로 제공하는 관광)’을 위해 방문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건강기능식품 업체 직원 150여 명이 탑승해 있었다. 세 자릿수 단체 관광객이 이 면세점을 찾은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후 처음이다.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자신들을 맞이하는 롯데면세점 직원들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주차장과 연결된 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장을 찾은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쇼핑을 시작했다. 75%는 여성으로 대부분 화장품과 의류에 관심을 보였다.
가장 먼저 붐빈 매장은 한국 화장품 ‘설화수’ 매장이다. 10여 명의 관광객은 전시된 제품들을 손에 바르거나 향을 맡으면서 직원들에게 가격을 물었다. 세럼을 구매한 조이(28)씨는 “TV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설화수 제품을 사용하거나 광고하는 모습이 많이 나와 유명한 제품”이라며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라고 했다.
‘코리아나’, ‘닥터파모르(Dr.Phamor)’ 등 다른 국내 화장품 브랜드도 인기를 끌었다. 관광객들을 안내한 가이드 당미화씨는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말레이시아에서도 살 수 있고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며 “관광객들은 한국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해 가이드들도 그렇게 추천하는 편”이라고 했다.
한국산 마스크팩 한 묶음을 18달러(약 2만2000원)에 구매한 한 관광객은 “처음 보는 브랜드지만 가이드의 추천으로 구매했다”며 “말레이시아에 더 저렴한 화장품도 있지만 한국 제품의 품질이 더 우수하다”라고 했다.
MCM·MLB 등 국내 의류 브랜드 매장도 관광객들로 붐볐다. 같은 층의 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매장이 한산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MCM 매장은 입장객 제한으로 관광객 10여 명이 대기 줄을 서기도 했다. MLB 매장도 모자를 살펴보려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한 관광객은 “말레이시아에도 한국 브랜드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 면세점에서 사려고 한다”라고 했다.
면세점 직원들도 2년 만의 단체 방문객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의류 매장 직원은 “단체 방문객을 2년 만에 처음 보는 것 같다”면서 “어제까지는 손님이 아예 없었다”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코로나 발생 전엔 일평균 단체 관광객이 1만 명 수준이었다.
이달부터 무비자 입국 제도가 부활함에 따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늘며 면세업계에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날(6일)에는 태국인 관광객 170여 명이 제주를 방문해 신라·롯데면세점을 차례로 찾았다. 지난 4일에는 베트남 여행사 대표단이 2년 만에 신라면세점을 방문했고, 지난 2일에는 신라면세점에 필리핀 여행사 대표단이 찾았다.
오는 8일부터 해외입국자 격리 의무가 해제되고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규제가 풀리면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면세 업계는 늘어날 외국인 고객을 맞기 위해 영업장 재단장에 한창이다. 롯데면세점은 명동본점에 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를 3대 추가 설치했고, 알리페이플러스(Alipay+)와 업무협약을 맺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 디지털 결제 솔루션을 출시했다. 신라면세점은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여행사와의 네트워크를 재구축하고 통역 서비스를 강화했다.
다만, 업계는 완전 정상화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매출 비중이 큰 따이궁(중국 보따리상)과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강도 높은 코로나 관련 규제로 해외 관광이 제한된 상황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실적 회복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중국 고객들이 봉쇄령으로 방문하지 못해 매출 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중국 봉쇄가 해제될 것으로 기대되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쯤 실질적인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