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 1위 매트리스로 유명한 지누스(013890)를 인수하는 현대백화점(069960)이 ‘지누스 신(新) 지배 체계’ 구축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재무담당 임원부터 기획조정본부 출신 임원 등을 대거 지누스 이사회에 새로 올렸다. 지누스 내에 그룹 계열사 출신으로 구성한 ‘시너지 전략팀’ 구축도 예정했다.

현대백화점 신사옥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26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25일 지누스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3명을 포함 기존 7명이었던 이사회 구성을 10명으로 변경했다. 기존 4명이었던 사내이사 수를 7명으로 확대하고 이중 4명(약 57%)을 현대백화점 출신만으로 새롭게 꾸렸다.

현대백화점 윤종원 경영지원본부 재무담당과 윤영식 기획조정본부 경영전략실장, 박영빈 기획조정본부 투자기획 팀장, 이종근 기획조정본부 미래전략담당 등이 각각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기획조정본부 출신 3명은 지누스 인수와 실사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담당은 지누스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왕희 지누스 부회장을 대신해 재무 사령탑을 맡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누스 이사회 구성원이기도 했지만, 윤 담당으로 대체됐다. 앞서 현대백화점이 ‘전직원의 고용 보장’, ‘기존 임원의 경영 참여’을 밝힌 것과 대조된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이윤재 지누스 회장을 비롯해 대표이사, 법무담당 등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지만, 신규 진입 이사가 4명이나 되는 만큼 사실상의 물갈이”라면서 “사외이사 3명도 전원 현대백화점에서 추천한 인사로 변경됐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에 떨어진 지누스 인수 재무 부담이 이 같은 물갈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의 이번 지누스 인수는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M&A)다. 지누스 구주 473만135주 인수와 유상증자(143만1981주)에 총 8947억원을 들여 지분 35.82%를 인수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약 5000억~6000억원의 규모의 차입을 실행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3000억원이다. 유상증자를 포함한 총 인수가액이 9000억원에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6000억원의 차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계약 체결 전일 지누스 시가총액(1조2767억원)을 고려할 때 95%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부여된 것으로 판단된다” 면서 “인수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현대백화점으로서는 재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손민균

현대백화점은 윤 담당을 통해 지누스의 새는 돈을 막고, 기획조정본부 인사들을 통해 지누스의 현금창출력을 제고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의 유통망을 통해 국내 사업을 키우고, 지누스의 해외 유통망을 현대리바트 등 그룹 내 가구회사에 적용할 경우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한 후 배송하는 기술로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을 평정한 지누스는 대부분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1조1238억원 중 97%가 해외에서 나왔다. 현재는 캐나다와 호주, 일본, 그리고 영국·독일 등으로 진출 지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인수 이후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시너지전략팀’도 조직하고 있다. 지누스의 국내 유통을 담당할 현대백화점 출신 인력은 물론 현대리바트(079430) 등 가구 계열사 소속 인원을 지누스 안으로 보내 사업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시너지전략팀은 수석급 총괄 팀장과 기획·영업 부서, 경영지원, 재무회계 책임급 인원으로 구성된다. 지난 4월 지원자 모집을 받기 시작해 조직 구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말 인수 마무리 후 인사 발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이사회를 통한 계열사간 가구 생산 통합도 추진할 전망이다. 현대리바트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외주 생산하는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지누스가 생산하는 식이다. 이 경우 원자재 공동 구매 등으로 생산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인수는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어떻게 내는지에 따라 ‘신의 한수’가 될 수도, 빚을 내 계열사 하나를 추가한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면서 “이사회 구성을 완전히 바꾼 것은 그만큼 현대백화점의 부담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