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손흥민(토트넘)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올 시즌 23골을 넣어 아시아인 최초 득점왕에 오르면서 모델료도 폭등하고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겸손하면서도 호감도 높은 이미지로 광고업계에서는 이미 월드스타에 해당하는 톱 A급 모델로 불리고 있죠.

문제는 프리미어리그 종료 시점까지 계약한 기업들이 많아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손흥민 샴푸’로 불렸던 탈모샴푸 전문 기업 TS트릴리온의 경우 지난 4월 말 계약이 종료됐습니다. 3년 동안 계약을 연장하며 모델로 썼지만, 더 이상 광고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손흥민·GD(가수 지드래곤) 투톱 모델 체제에서 GD 단독 모델 체제로 변경했습니다.

TS트릴리온의 광고선전비는 2020년 84억원에서 지난해 109억원으로 늘었습니다. TS트릴리온 관계자는 “계약이 종료된 시점에 손흥민 선수가 득점왕이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손흥민 샴푸로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마케팅 효과는 확실히 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측은 정확한 광고비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광고 한 편을 찍을때는 수십억원이 든다”고 말합니다. 3년 동안 광고를 진행했다면 최소 수백억원을 손흥민 선수에게 지급했을 거라고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비더레전드 손흥민 선수 광고 이미지/ 바디프랜드 제공

곧 계약이 종료되는 안마의자 전문 기업 바디프랜드도 손흥민 선수 광고 계약 종료를 앞두고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비더레전드(Be The Legend)’라는 광고를 기획하며 스포츠 스타 3명과 계약했는데요.

손흥민 선수를 비롯해 박세리 선수, 페이커가 이 광고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바디프랜드가 가정의달 캠페인 5월 한정 모델로 썼던 김태희, 정지훈(비) 부부와 달리 손흥민 선수는 1년간 계약했는데요.

회당 계약이나 3·6개월 단기 계약이 아닌 1년 계약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손흥민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디프랜드의 광고선전비 역시 1년 새 폭등했습니다. 2020년 353억원이던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403억원으로 50억원가량 증가했습니다. 바디프랜드 측 역시 구체적인 광고비용은 계약 조건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바디프랜드는 BTS(방탄소년단), 배우 김상중씨, 추성훈 선수와 추사랑양 등 광고 시점 당시 화제 인물을 섭외하며 광고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던 손흥민 선수에게도 광고비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바디프랜드는 영미권과 유럽권에서 수출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영업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디프랜드 측은 신규 의료기기형 안마의자에 대한 FDA(미국 식품의약국) 인증을 바탕으로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인데요.

한국을 넘어서 높은 소비자가를 제시할 수 있는 미국, 유럽 등에서 상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손흥민 선수처럼 국제적인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필요한거죠.

영미권과 유럽권에 진출해 있는 유통기업들도 손흥민 선수와의 광고 재계약을 원하는 눈치입니다. 신라면과 비비고 만두 등을 수출하는 농심(004370)CJ제일제당(097950)은 2019년 손흥민 선수와의 단기 계약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계약이 끝났지만, 손흥민 선수가 월드클래스 선수로 자리 잡은 만큼 해외에서의 인지도도 높아져 수출 상품 모델로도 손색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빙그레(005180)는 아이스크림 신제품 ‘슈퍼콘’과 관련해 손 선수와 6개월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던 손흥민 선수의 별명 ‘슈퍼 쏘니’를 아이스크림 이름과 연계시키며 슈퍼콘 매출이 전년 대비 80%가량 오른 바 있습니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손흥민 선수의 몸값이 너무 많이 올라 광고 재계약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당시 손흥민 선수 광고 효과는 대단했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손흥민 선수의 롯데리아 광고 이미지. /롯데리아 제공

지난해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내세웠던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 관계자는 “손 선수와의 재계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손흥민 선수의 ‘득점왕’ 타이틀로 인해 프리미엄 광고료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손흥민 선수는 유통업체들에 연간 광고비 8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손흥민 선수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유럽 축구 통계 사이트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산정한 지난해 12월 기준 손흥민 선수의 시장 가치는 8000만유로(약 1079억원)로 책정됐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호날두 선수의 시장가치가 3500만유로(약 472억원)인 것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강원도 산골 소년으로 자라나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아시아인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는 성공 신화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 효과를 줍니다.

득점왕 자리를 경쟁하면서도 페널티킥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짝인 해리 케인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개인 기록에만 집중하지 않고 팀의 승리를 위해 협력을 중시하는 모습은 축구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손흥민 선수의 성실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광고 상품과 연결된다면 소비자의 구매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 교수는 “손 선수와의 연관성 없이 스타성에만 기대어 광고를 한다면, 광고비를 많이 들여도 소비자에게는 각인되지 않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오는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 모시기’는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어떤 기업의 광고판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