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이달 말부터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로또의 제품을 독점 판매한다. /로또 홈페이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이탈리아 스포츠 의류 브랜드 로또(LOTTO®)를 국내에 독점 판매한다.

쿠팡은 이달 초 로또의 상표권을 가진 브랜드 매니지먼트사 WHP글로벌과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말부터 국내 소비자에게 특화한 상품을 판매한다고 18일 밝혔다.

1973년 출범한 로또는 더블 다이아몬드 로고가 특징으로, 축구와 테니스에 특화된 운동복과 용품을 생산·판매한다. 프로축구팀 AC밀란과 유벤투스 등 40개 축구팀과 200여 명의 프로 테니스 선수가 착용했다.

국내에는 1990년대에 진출해 여러 곳을 거치며 라이선스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작년까지 스타일러스가 전개해 왔으나, 이달부터는 쿠팡이 로또의 남성 여성 아동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를 독점 판매한다.

쿠팡은 2019년 미국 의류 브랜드 바나나리퍼블릭을 시작으로 올해 1월 일본 최대 가구 생활용품 브랜드 니토리 등을 단독으로 선보인 바 있다. 앞선 브랜드들은 제품을 직수입해 팔지만, 이번엔 쿠팡이 직접 기획 과정에 참여해 국내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선보여 판매 적중률을 높일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브랜드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로또와 손잡았다. 한국인의 체형과 선호 색상 등을 고려해 제작한 상품을 이달 말쯤 선보일 예정”이라며 “로켓배송을 통해 이탈리아 스포츠와 라이프스타일 패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부터 쿠팡이 독점 판매 중인 일본 1위 가구·생활용품 브랜드 니토리. /쿠팡

◇'로또’로 패션 불모지 오명 벗을까

쿠팡은 생필품과 식료품 등에서 빠른 속도로 거래액을 키우고 있지만, 패션 부문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쿠팡은 부문별 판매액을 밝히지 않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업체 13곳의 서비스, 생활·가구, 식품, 화장품, 가전·전자 상품군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반면, 패션·의류는 6.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매출에서 패션·의류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전·전자(23.3%) 식품(23%), 생활·가구(15.9%), 서비스·기타(14.1%)에 이어 9.6%였다. 2021년 매출 신장률이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됐지만, 패션·명품을 전문으로 하는 버티컬 플랫폼이 급격히 거래액을 키우는 것과 비교하면 성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패션 플랫폼 상위 5곳(무신사·지그재그·에이블리·브랜디·W컨셉)의 거래액은 총 4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명품 플랫폼 3강(머스트잇·발란·트렌비)의 거래액도 총 1조원에 달했다.

◇로켓배송으로 흑자 가능성 확인... 단독 상품 확대할 것

쿠팡은 2020년 패션 전문 플랫폼 ‘C.에비뉴’를 열어 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종합 몰이 패션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최저가 경쟁이 심하고 가품·카피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서다. 하지만 패션 제품은 생필품에 비해 마진이 크고,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10년생)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상품군으로 평가된다.

쿠팡이 2020년 선보인 패션 전문 플랫폼 C.에비뉴. /쿠팡

쿠팡은 지난달 아마존 출신 제임스 퀵 패션 담당 부사장을 영입했다. 퀵 부사장은 아마존 유럽 의류 부문을 맡았으며, 아마존이 푸마 등 스포츠 브랜드와 사업을 이어가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로또와의 파트너십은 퀵 패션 담당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을 가져다 파는 게 아닌, 국내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본사와 협력해 제작하는 현지화(로컬라이징)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2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3.4%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조8450억원으로 1년 새 적자 폭이 55% 늘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개선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6조1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고, 영업손실은 2621억원으로 적자 폭이 23% 감소했다. 로켓배송 등이 포함된 제품 커머스 부분의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는 처음으로 36억원가량 흑자를 냈다.

쿠팡 관계자는 “당일·익일 배송이 가능한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충성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로켓배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패션 등 단독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