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2시쯤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매장에서 향수를 시향하고 있는 고객들. /이신혜 기자

"남자친구랑 엄마 사드릴 선물 사러 백화점 왔어요" (20대 직장인 오예빈씨)

1일 오후 2시에 찾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1층은 향수를 시향(試香)하거나 화장품을 발라보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정부가 다음날(2일) 무려 566일 만에 실외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대폭 완화함에 따라 백화점을 찾은 이들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선물을 고르기 위해 바쁜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쇼핑 모습에 기대감을 보였다. 연인과 어머니 선물을 사러 나왔다는 오예빈(26)씨는 입생로랑 립스틱을 발라보며 "그동안은 화장품을 제대로 발라볼 수도 없고, 향수 같은 경우 시향하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가능해져서 좋다"며 "어버이날 선물로 목걸이와 반팔티셔츠 등을 고민 중인데 온 김에 보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지연(35)씨는 "친구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향수를 보러 나왔다"며 "마스크를 벗고 향을 직접적으로 맡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일 오후 2시 30분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의 푸드코트 모습. /이신혜 기자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한 부모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백화점 입구에서 아이들에게 주는 하늘색 풍선을 받았다는 직장인 류리나(34)씨는 "두 딸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사줄 신발을 고르려고 오랜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딸과 도넛 등 디저트를 먹었다는 직장인 김해진(48)씨는 "딸이 카카오프렌즈 양치 타이머를 사고 싶다고 해서 들어왔다"며 "사람이 많아진 게 확실히 느껴지는데 확진자 수가 주는 것 같아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4월 30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7771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일일 신규 확진자 수 28만6294명을 기록한 후 지난달 24일 최저치(3만4370명)를 기록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를 이틀 앞둔 30일 오후 3시쯤 명동 골목의 모습. /이신혜 기자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를 이틀 앞둔 전날(4월 30일) 오후의 명동과 을지로 골목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 기간 관광객 감소로 자취를 감췄던 노점상들도 장사를 재개했고, 폐업했던 가게들에는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는 실내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연인과 나이키 매장에 들르기 위해 명동을 찾았다는 유정한(28)씨는 "여자친구와 커플 운동화를 맞추기 위해 오랜만에 명동에 왔다"며 "오는 길에 길거리 음식을 사 먹었는데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명동 거리 노점에서 일하는 40대 이모씨는 "그동안은 유령도시처럼 사람이 없어 노점상들도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북적거려 예전 명동의 모습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7시쯤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모습.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차있다. /이신혜 기자

각종 호프집이 길거리에 즐비한 을지로 노가리 골목도 이날 오후 7시쯤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골목이 꽉 찬 풍경이 펼쳐졌다.

2년 만에 이 골목을 찾았다는 대학생 박지은(23)씨는 "시간제한도 없고 마음 편히 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 있어 분위기를 즐기러 을지로 골목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모습을 본 게 몇 년 동안 처음이라는 대학생 김성조(27)씨는 "여자친구와 치맥을 먹으려고 왔는데 5시 반에 와도 자리가 꽉 차있어서 돌아다니다가 겨우 자리에 앉았다"며 "대학교 축제에 온 것처럼 흥겹고, 내일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아예 벗어도 된다니 설렌다"고 말했다.

다만 실외 마스크 착용 전면 해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도 있었다. 50대 주부 김선희씨는 "어린아이나 나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면역력이 약하니 코로나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다 같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2일부터는 실내에서만 마스크를 쓰면 된다.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50명 이상이 모인 집회나 공연·스포츠 경기 등에서는 지금처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발열·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 고령층이나 면역저하자, 만성 호흡기 질환자·미접종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 ▲ 50인 미만의 스포츠 등 경기·관람장, 놀이공원·워터파크 등 유원시설, 체육시설 등 50인 이상 좌석을 보유한 실외 다중이용시설 등에서는 실외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