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릴만한 프러포즈(청혼)를 하고 싶어 호텔 패키지를 예약했어요" (30대 예비 신랑 김모씨)
결혼율(혼인 건수)은 점차 줄고 있지만 수백만원대의 호텔 프러포즈 패키지는 인기를 얻고 있다.
1일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혼인 건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2019년 23만9159건을 기록했던 혼인 건수는 2020년 21만3502건, 2021년 19만2507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줄어드는 혼인 건수와 달리 호텔 프러포즈 패키지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호텔업계는 수백만원대 고급 프러포즈 패키지를 선보이는데, 이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JW메리어트의 경우 올 2월 '로맨틱 홀리데이 엣 JW' 패키지를 선보였다. 명품 슈즈 브랜드인 '마놀로 블라닉'과 협업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주얼리로 꾸며진 슈즈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다이닝 메뉴와 샴페인을 함께 증정한다. 객실 내 꽃장식과 풍선, 유리창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나만의 윈도우 메시지' 등을 함께 준비해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패키지를 구성했다.
가격은 앰버서더 펜트하우스의 경우 400만원부터, 프레지덴셜 펜트하우스는 500만원부터다. 세금과 봉사료는 별도다. 호텔 측에 따르면 이 호텔 패키지에 대한 문의는 한 달 동안 평균 10건 정도가 들어오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올 3월부터 'The Only Scene for Proposal'이라는 프러포즈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패키지는 영화관을 빌려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 타워 객실 1박 이용권, 르살롱 전용 라운지 2인 이용권, 롯데시네마 1시간 대관 이용권, 프러포즈 영상 제작, 객실 및 영화관 장식, 샴페인 1병, 얼리 체크인 서비스, 픽업 또는 샌딩 서비스(서울 시내 한정)로 구성됐다.
호텔 관계자는 "최저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고가 상품임에도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또 다른 호텔 브랜드인 시그니엘 서울의 경우,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프러포즈 패키지의 예약률이 4배 이상 신장했다.
소피텔 앰배서더는 '로맨스, 더 프렌치 웨이'라는 프러포즈 패키지를 올 3월부터 선보였다. 오페라 스위트 객실 1박 이용권과 꽃과 풍선 등 장식, 샴페인 세트 등을 포함해 구성했다. 가격은 18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고가의 패키지지만, 월평균 2~3건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경우 2019년부터 '로맨스 앳 더 파크' 프러포즈 패키지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프러포즈 패키지 예약률이 약 60% 증가했다.
통유리창 도심 전망 객실 1박 이용권, 프랑스산 샴페인과 미니 케이크, 이솝 브랜드 바디워시와 바디 스크럽을 제공한다. 전문 플로리스트가 준비한 객실 장식 서비스를 신청하면 약 70만원부터 프러포즈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SNS 보여주기식 프러포즈'를 이용해 호텔들이 앞다투어 고가의 프러포즈 패키지를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직장인 이모(27)씨는 "가뜩이나 집값이나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 상황에서 보여주기 심리를 이용해 (호텔이) 소비를 조장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내년 결혼을 계획 중인 직장인 황모(30)씨는 "프러포즈 한 번 하는데 100만원이 넘게 드는 것은 큰 부담"이라면서 "언젠가부터 호텔에서 프러포즈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보다는 국내 호텔에서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커플들이 많아져 프러포즈 패키지가 인기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며 "호텔들이 국내 고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키지를 구성해 매출을 올리려는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러포즈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의 재정적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과시 소비나 보여주기식 소비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