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각 국가는 방역지침을 견고히 했고, 해외여행은 불가능하다시피 했다. 당시 ‘집콕(집에만 있는 것)’하던 전 세계인은 백신 개발이 늦어지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공간이 확보되는 야외로 나갔다. 혼자 근처 공원에 나가 달리고 자전거를 타거나 한적한 장소에서 소수의 인원과 골프, 캠핑을 즐겼다. 이제 2년 만에 방역지침이 완화하면서 해외여행 하늘길이 열렸다. 넘치는 수요로 해외여행 비행기 푯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이미 각 휴양지 숙소들은 만실이 됐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국내외 여행업체와 플랫폼들은 각국 해외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변화한 여행 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과 레저는 그 이전의 모습과는 꽤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행동 양식이나 가치관이 바뀌었고 여행·레저 문화에도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코노미조선’은 ‘여행·레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을 기획하게 됐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억눌린 여행·액티비티 수요가 ‘스테이케이션(staycation·멀리 떠나지 않고 한곳에 머물며 즐기는 휴가)’과 가까운 생활권 내 액티비티·관광으로 몰리고 있다. 클룩은 이렇듯 좁아진 생활 반경에 맞춘 다채로운 ‘경험’ 중심의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 밀착)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여행·레저 예약 플랫폼 클룩(Klook)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단 린(Ethan Lin)은 지난 3월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속 여행·레저 사업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홍콩 시티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등 금융권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그러나 네팔 등 3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현지에서 원하는 액티비티를 온라인으로 손쉽게 구매하고 효율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클룩을 창업했다.
클룩은 2014년 홍콩에서 설립된 회사다. 두바이, 샌프란시스코, 도쿄, 서울 등 20여 곳의 도시에 지사를 설립하고,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여행지 관련 투어, 액티비티, 숙박권, 렌터카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월평균 방문자수(MAU)는 약 3000만 명이며 고객층은 동남아시아(40%), 홍콩· 대만(30%), 동아시아(20%), 북미·유럽·오세아니아 등 기타 지역(10%)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클룩은 2021년에 에스펙스 매니지먼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2억달러(약 24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클룩으로 예약 가능했던 공연, 투어, 놀이공원 등 액티비티는 2019년 10만 건에 그쳤던 반면, 2021년 말 49만 건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고성장을 한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가 여행업계에 큰 타격을 줬는데.
“여행·레저 산업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클룩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클룩은 요리 수업 워크숍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민첩하게 추가했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의 다채로운 경험에 초점을 맞춘 ‘피벗(pivot·사업 전환)’에 성공했다.
클룩의 가장 큰 시장인 아시아는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방역 규제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이뤄지는 여행(domestic travel) 부문에서 클룩이 2021년 올린 매출이 2019년 전체 매출을 뛰어넘기도 했다. 2021년 클룩 MAU 역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수치를 추월했다.”
코로나19 이후 특히 주목받는 새로운 여행상품은.
”다양한 스테이케이션 패키지 상품에 전 세계 소비자가 열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안전 등을 이유로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재택근무로 생긴 여유를 쾌적한 공간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클룩의 태국 럭셔리 호텔 스테이케이션 패키지는 2020년 출시 당시 8분 만에 전 상품이 매진되기도 했다.”
소비자가 자주 찾는 키워드는.
”안전한 공간에서 만끽할 수 있는 건강 관련 체험이 아닐까 한다. 이 때문에 외딴곳에서 아침 요가 수업을 듣고 비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웰빙 휴양지(wellness retreat)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산악자전거, 카약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에도 많은 소비자가 호응하고 있다. 또 인파가 북적이는 곳을 피해 사람 대신 반려견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려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펫케이션(petcation)’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한적한 산악 지역에서 반려견과 뛰어놀고 준비된 식사를 하면서 자연 풍경도 감상하는 액티비티 등이 인기를 끌고 있고, 호텔과 협업해 반려견 동반 객실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펫케이션 상품의 경우 2021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15배 오르기도 했다.”
한국 지사에서 집중하는 사업이 있다면.
“클룩 각 지사는 해당 국가의 소비자들이 멀리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가까이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항상 가까이 있었으나 소비자가 그 가치를 충분히 알지 못했던 장소의 매력을 다시 발굴하는 작업도 그중 일부다. 한국 지사의 경우 울릉도 여행 상품 홍보에 주력했다. 과거 울릉도는 비교적 나이 많은 세대가 단체관광을 가는 곳에 불과했다. 한국 지사에서는 비교적 자유 관광이 어려웠던 울릉도에서 젊은 소비자들이 클룩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며 주요 관광지를 편리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비대면 트렌드를 반영해 새롭게 시작한 사업도 있나.
“2020년 하반기부터 ‘클룩 라이브’라는 실시간 비디오 생중계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록 콘서트 등 엔터테인먼트·레저 활동을 생중계하기도 하고, 라이브커머스(생방송과 전자상거래의 합성어로 1인 인플루언서가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로 여러 레저나 숙박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마음(soul)에 ‘로컬’이라는 단어를 새긴 글로벌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다양한 도시에 지사를 두고 글로벌 소비자와 소통하지만, 동시에 각 지사 내 현지 여행팀을 강화하는 등 로컬 여행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봐도 여행과 레저를 향한 소비자의 수요는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곧 새로운 여행의 시대가 올 것임이 확실하다. 물론 현재로서는 로컬에 집중하고 있으나 미래에는 해외여행이 다시 활성화될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 2021년에도 클룩은 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어 기업인 ‘시라(Seera)’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 수요에도 대비하고 있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Part 1. 새 여가 문화 뜬다
①팬데믹이 낳은 ‘여행·레저 뉴노멀’
②[Infographic] 신(新)여행·레저 트렌드
Part 2. 여행·레저 변화에 올라탄 기업들
③[Interview] 팬데믹에도 고성장한 클룩 최고경영자 에단 린
④[Interview] 여행 예약 플랫폼 호퍼 APAC 총괄 레노 왕
⑤[Interview]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펀나우 최고경영자 팅관 첸
⑥[Interview] 김진성 여기어때컴퍼니 전략총괄(CSO) 부사장
⑦[Interview] 구글 관광지 플랫폼과 국내 최초 협업한와그 창업자 선우윤
Part 3. 전문가 제언
⑧[Interview] 데릭 태프 펜실베이니아주립대헬스·인적자원학부 교수 연구팀
⑨[Interview]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⑩Interview]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 겸 프로젝트 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