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물류 회사, 숙박 애플리케이션(앱)을 인수한 식자재 스타트업이 있다. 핀테크 보안 전문가 김민수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식자재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주)더맘마다.

일선 유통 공룡이나 이커머스처럼 대량 구매한 원물도, 이를 보관할 대형 물류창고도 없다. 그런데도 이 기업의 매출은 지난해 1000억 원(11월 기준)을 넘겼다. 2018년 11억 원의 매출을 낸 지 3년 만이다. 올해 매출 목표치는 3600억 원으로 뛰었다. 내년에는 미래에셋증권 주관으로 코스닥 상장도 추진한다.

김민수 (주)더맘마 대표이사

더맘마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앱인 ‘맘마먹자’는 동네마트에 정보통신(IT) 기술을 적용한 ‘퀵커머스 식자재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앱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면 인근 ‘맘마먹자 제휴 마트’가 2시간 내 배송을 해준다. 현재 전국 1000여개 업체가 제휴 마트다. 모두 배송 차량을 갖춘 중소형 업체다.

여기에 지난달 인수한 업계 6위 편의점 ‘씨스페이스24′ 매장 320여개도 추가된다. 동네마트와 편의점들이 소규모 물류 거점인 셈이다.

올해 2월 숙박 예약 플랫폼 호텔엔조이 인수를 계기로 ‘여행지 마트’도 섭렵했다. 맘마먹자 앱으로 여행지의 숙소를 예약하고, 인근 마트에서 각종 식료품을 주문할 수 있다. 대기업 마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진짜 로컬 푸드’다. 종이 전단 등 오프라인 마케팅에 그쳤던 지역 중소형 가게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탄 것이다.

(주)더맘마의 맘마먹자 애플리케이션 실행 화면. /더맘마

더맘마가 자체 개발한 전자가격표시기(ESL)를 동네마트에 독점 공급하는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마트협회(회장 김성민)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결과다.

판매관리시스템(POS)에 입력된 상품 정보를 실시간 태그(Tag)에 반영하고 상품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확산하는 ESL 시스템을 동네마트에도 구축하려는 목적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더맘마 본사에서 김민수 대표를 만났다. 식자재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편의점을 인수한 이유가 궁금해서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씨스페이스 편의점을 인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맘마먹자는 ‘빠른 배송’과 ‘소포장’이라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점포를 물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편의점을 인수했다. 현재 동네마트에서 2시간 배송이 원칙이지만, 배송 시간을 30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 이후 씨스페이스24 사업이 위기를 겪으며 편의점 측에서 먼저 우리에게 IT 도입을 요청해왔다. 씨스페이스 인수로 신선식품 퀵커머스 플랫폼을 빠르게 구축해 향후 5년 간 6000억 원 이상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본다.”

편의점에 이어 호텔엔조이까지 인수했다. 식자재 업체가 숙박 플랫폼을 인수한 이유는.

“과거 제주 여행 당시 숙소 예약과 식재료 쇼핑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 통상 제주 여행 일정은 렌트카를 빌리고 이마트(139480) 등 대기업 마트를 검색해 이동하는 게 기본이다. 특히 요즘은 당일 예약이 트렌드다. 즉흥적으로 여행 가서 숙소를 잡고 차를 빌려 대형 마트를 찾아가 쇼핑하는 식이다. 이렇게 아까운 하루를 거의 다 보낸다.

식자재 가격은 숙소 주변 동네마트가 더 저렴하지만, 여행객들은 관련 정보가 없으니 대부분 대형마트만 간다. 호텔엔조이를 인수한 건 궁극적으로 의식주를 포함한 실용적인 모델을 플랫폼화(化) 하고 싶다는 그림이었다. 대형 이커머스는 시스템은 훌륭해도 적자가 심하고 지역 가게와 상생도 어렵다. 반대로 동네마트를 IT 플랫폼에 들이면 지역 상권도 성장하면서 스타트업도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라 확신했다.”

맘마마트 천안점 직원들이 앱 주문 상품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더맘마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오프라인 마트들의 경계심도 컸을 것 같다.

“2014년부터 전국에 크고 작은 마트 사장 6000여명을 만났다. 가락시장 등에서 매일 쪽잠을 자고 아침에 순대국을 함께 먹으며 마음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동네마트들은 IT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커머스 업체가 점점 시장을 점령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IT 고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공감대가 생겼고, 동네마트에 기술을 덧 입혀 상생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진심이 통한 덕분에 더맘마의 식자재마트 쇼핑 앱 ‘마자’(MaZa)가 (사)한국마트협회 전용 앱으로 선정됐다.”

교외에 대형 물류창고를 갖춘 이커머스와 맘마먹자의 유통 구조의 차별점은.

“맘마먹자는 마이크로 풀필먼트(Micro Fulfillment) 기반의 ‘퀵커머스 식자재 플랫폼’이다. 마켓컬리나 쿠팡처럼 도심 외곽의 대형 물류창고가 아닌, 소비자와 가까운 매장을 소형 물류창고로 삼는다. IT 투자 여력이 없는 동네마트에 유통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편의점 인수로 더 신속한 ‘나노 풀필먼트’ 구축이 가능하게 됐다. 오토바이로 30분 내 배송을 하는 게 목표다. 맘마먹자 앱으로 가장 가까운 마트의 상품이 배송된다. 동네마트에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면서도 우리가 물류나 배송을 독점하지 않는 것이다.”

맘마마트 천안쌍용점 내 와인팩토리에서 사용 중인 (주)더맘마 자체 개발 전자가격표시기(ESL). /더맘마

대형마트에 비해 동네마트는 ‘품질 경쟁력’이 낮다는 선입견이 있다.

“호텔엔조이 인수가 적합한 대안이 됐다. 4월 15일자로 ‘라마다 프라자 바이 윈덤 여수 호텔’의 식자재 공급 업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고품격 호텔이 신선식품 선도와 상품 구색, 세부적인 고객 요구 충족 면에서 더맘마를 선택한 것이다.

라마다는 기존에 삼성웰스토리와 맺은 연간 계약을 종료하고 우리와 신규 계약을 체결한다. 월간 1억 원 어치의 1차 신선식품과 공산품 식자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소비자 요구와 품질, 시장 변화에 민감한 호텔과 계약을 맺어 고객으로부터 더맘마의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향후 상장 계획은.

“내년 하반기에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하는 마켓컬리, 오아시스 마켓과 ‘3파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식자재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3사(社)의 특징이 제각각이다. 컬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열었고,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흑자를 내 모멘텀을 만들었다. 더맘마의 상장 전략은 ESL 등 리테일테크다.

지난 11일에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 투자 유치도 시작했다. 상장사 2곳과 벤처캐피탈(VC), 자산운용사 등 투자기관이 부여한 더맘마의 기업가치는 2500억 원이다. 투자사들은 내달 중 계약과 투자금 납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라운드 투자금은 씨스페이스 인수와 맘마먹자 앱 개선, 청과·야채·정육·수산 등 1차 신선식품 강화, ESL 사업 확장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