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을 향한 ‘과대 수수료 부과’ 논란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배민이 “1만원 주문이 들어오면 당사가 올리는 수수료 매출은 680원이 전부”라는 해명을 낸 것을 두고 음식점주를 중심으로 ‘절반의 진실’이란 비판이 쇄도하면서다.
12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민1 가맹 음식점주들은 최근 배민을 향해 “해명을 해명하라”는 요구를 전하고 나섰다. 배민이 배민1 1만원 주문에서 680원만을 가져간다고 했지만, 실제 차감되는 금액은 음식값의 약 77%인 7678원에 달해서다.
서울시 동작구에서 배달 전문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배민은 6.8%만을 중개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하지만, 입금 내역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면서 “중개 수수료 외에도 추가로 가져가는 배달비 6000원, 결제 정산 수수료 300원, 부가세 698원까지 더하면 7000원도 넘는다”고 지적했다.
음식점 등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달 22일 배민1 수수료율을 개편해 기존 중개 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3가지 유형(기본형·배달비 절약형·통합형)으로 나뉜 요금제 형식의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 기본형 기준 중개 수수료 6.8%, 배달비 6000원이다.
이에 따라 기본형 요금제를 쓰는 음식점은 1만원어치 단건 배달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배민에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680원을 낸다. 이후 배달비 6000원, 결제정산 수수료(300원)를 차감하고, 배달비와 수수료 전체에 대한 부가세 10%를 다시 차감당한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중개 수수료만 매출이라는 배민의 설명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면서 “부가세까지 내고 나면 1만원짜리 음식 기준 2322원만 남는다”라고 했다. 이어 “그나마 고객에게 받는 배달팁(3000원) 덕에 5000원이 남는 구조”라고 짚었다.
그러나 배민 측은 수수료 해명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음식값에서 차감되는 결제정산 수수료는 지급결제업체로, 부가세는 정부로 들어가는 돈이라는 것이다. 배민 관계자는 “6.8%는 주문 중개의 대가”라면서 “이는 동종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배달비다. 1만원어치 음식을 판매해도 배민1에선 6000원의 배달비가 빠져서다. 배민은 “배민1은 그동안 운영했던 3~4건의 주문을 묶어 한 번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이 아닌, 주문 1건을 바로 배달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운영 경비로 모두 나가는 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음식점들은 네비게이션 거리 기준 675m 이내 배달비는 3000원, 675m∼1.9㎞는 3500원, 1.9㎞를 넘어서면 100m당 80원을 추가 지급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배달 기사가 6000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배달비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으로부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배달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배민1은 대부분 1.5㎞ 정도의 가게만 앱에서 뜨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배민은 배달비가 비싸져 배달비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배달비가 비싸다는 것을 빌미로 돈을 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배민은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배달 수요는 늘었지만, 배달 기사의 공급은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특성상 배달비가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배달비 6000원을 점주와 고객이 각각 분담하고 있지만, 평균 배달비는 7000원으로 차액 1000원을 직접 부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은 날씨가 나쁘거나, 스포츠 경기 일정 등으로 배달의 수요가 늘 때 배달 기사 역시 부족한 특성을 갖는다”면서 “제시간에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1건 배달에 2만원을 책정할 때도 있는데, 배달비 6000원은 이런 변동비 충당에 오롯이 쓰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배민이 그동안 펴 온 광고비 중심의 운영 체계를 수수료 중심 체계로 돌린 게 음식점주들의 불만을 키운 이유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배민은 한 달에 8만8000원을 받고 1.5~3㎞ 반경에 있는 소비자에게 상호와 배달 예상 시간 등을 노출하는 대신, 주문 중개 수수료는 없는 광고 ’울트라콜’로 운영돼 왔다.
음식 주문이 처리될 때 6.8% 수수료를 부과하는 ‘오픈리스트’도 있지만, 이 역시 앱 상단에 3개 업체를 무작위로 노출하는 광고 방식으로 운영됐다.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추가로 낸 배민1만이 사실상 주문당 별도 수수료 체계로 운영되는 서비스인 셈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단건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의 경우 중개 수수료가 수수료 일반형 기준 7.5%로 배민1보다도 높은 데 과대 수수료 논란이 배민1에서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면서 “음식점주의 호응으로 성장한 만큼 충분한 설명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2조88억원으로 전년 대비 94.3%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75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비용으로 잡힌 주식보상비용 1613억원을 제외할 경우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2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