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신세계(004170)그룹의 SSG닷컴과 CJ(001040)그룹의 CJ올리브영이 새 정부의 상장 심사 기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주주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모회사 주주 가치 훼손, 상장 후 내부자의 대량 매도에 대해 사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시의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내부 모습.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과 CJ올리브영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SSG닷컴은 작년 10월 미래에셋증권(006800)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CJ올리브영은 같은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뒤 상장을 준비중이다.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는 기업가치는 SSG닷컴이 9~10조원, CJ올리브영은 4조원이다.

두 회사의 상장은 올해 초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 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되면서 전세계 증시가 하락했고 그중 유통주 하락폭이 컸다. 코로나 수혜주로 꼽혔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투자 심리는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병) 사태가 완화되면서 약화됐다.

올리브영 애플리케이션(앱). /CJ올리브영

또다른 새로운 변수는 자회사 분할 상장을 둘러싼 여야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자회사 공모주 청약시 원래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을 공모가로 청약하는 방식으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알짜 자회사를 물적분할 해 상장함으로서 모회사 주주가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선 현 여당도 공감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4명의 여당 의원은 23일 “분할로 설립되는 회사를 상장하려고 신주를 모집할 때 50% 이상을 분할 회사 소액주주에게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SSG닷컴 “2018년 일찍이 물적분할”…전문가 “결국 적은 돈으로 기업지배 하려는 것”

SSG닷컴과 CJ올리브영은 쪼개기 상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된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LG화학(051910)은 2020년 12월 전지사업본부를 분할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시켰다. 이 과정에서 LG화학 주주들은 알짜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바람에 모회사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며 정부와 여야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 신세계그룹 제공

SSG닷컴의 경우 신세계그룹 온라인 쇼핑몰 사업의 시장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2018년 물적분할을 해 제로베이스에서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고, SSG닷컴이 상장으로 마련한 돈으로 물류·IT 인프라에 투자하면 결과적으로 이마트 기업가치가 올라가 모회사 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SSG닷컴의 주문을 이마트(139480) 오프라인 매장에서 처리하는 등 양사 사업이 연계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중복상장이라는 점에서 모회사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고 봤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SSG닷컴을 키우고 싶은 진정성이 있다면 신세계, 이마트가 유상증자를 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적은 돈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싶은 오너 일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CJ올리브영 “상장 땐 모회사 기업가치에 도움”...전문가 “총수 경영권 유지비용 주주가 대납”

CJ올리브영은 지난 2019년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화장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 해 설립된 회사다.

CJ지주의 한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은 모회사가 순수 지주회사이고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으면 오히려 기존 주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증권가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은현

CJ올리브영은 CJ 주식회사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경영 리더와 장녀 이경후 CJ ENM(035760) 경영 리더 등 특수 관계자가 약 70%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이선호·경후 남매가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구주매출로 현금을 확보, CJ그룹 경영 승계 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본다.

두 사람의 CJ 주식회사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2.87%, 1.27%에 불과하다.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되는 신형우선주를 26.61%, 24.19%씩 가지고 있다. 2029년에 보통주로 전환이 된다고 해도 두 사람의 지분율은 5.87%, 4.3%에 불과하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J올리브영 사례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쪼개기 상장 사례와는 다르지만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는 같다”며 “경영권을 행사하는 총수들에게 구주매출이 집중된다면 이들의 경영권 유지 비용을 일반 주주들이 대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SSG닷컴과 CJ올리브영은 증시 상황과 정책 변화를 면밀히 살펴 상장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현 정부와 달리 기업에 의한 자율 규제를 강조하는 시장 친화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자회사 상장에 대한 극단적인 규제책보다는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도록 권유하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제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