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PL 그룹장. /조선비즈DB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솔루션(009830)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이 명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한다. 20~30대를 겨냥해 온라인에서 명품을 판매하기 위해 법인을 새롭게 만들었다.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가 4년 만에 실패한 김 실장이 명품 이커머스 신사업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세우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법인은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자회사 형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새 법인에서 명품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명품 이커머스는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막히고 보복 소비 성향이 강해지며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141억6500만달러(약 17조원)로 추정된다. 백화점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명품을 구매하던 40~50대 뿐만 아니라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20~30대가 명품 시장 큰손으로 떠오르며 명품 이커머스가 부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30대를 겨냥해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위해 플랫폼 이름에서 한화·갤러리아 등을 뗄 것으로 전해졌다. 갤러리아백화점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명품 소싱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판매 호조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프랑스 명품 디올과 외관을 꾸민 갤러리아백화점. /갤러리아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에게 석유화학과 태양광 등 주력 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에게 금융 사업을, 김 실장에게 호텔·레저·유통 사업을 넘기는 방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 과정에서 명품 이커머스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갤러리아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 이커머스는 갤러리아에서 시장 조사를 하며 초기 사업을 논의했으나 별도 법인을 세우고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김 실장이 신규 법인에 관여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유통업계에선 김 실장이 향후 명품 이커머스 사업도 총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은 과거 한화그룹 면세점 사업 태스크포스(TF)에서 일하며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적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5년 말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하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갤러리아면세점을 열었다. 김 실장은 면세점 오픈 당시 기자간담회에 깜짝 참석할 정도로 면세점 사업에 애착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이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가 불거지고 중국 다이궁(代工·보따리상)이 발길을 끊자 2019년 면세점 사업을 철수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에 면세점이 몰려있는 것과 달리 여의도에 위치한 지리적 한계도 면세점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갤러리아면세점은 3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냈고, 이에 한화그룹은 2020년 말까지 사업 기간이 남았음에도 영업을 조기 종료했다.

김 실장은 승마 선수 출신으로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했다가 불미스런 사건으로 2017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독일에서 레스토랑 사업 등을 하다 2020년 한화에너지 상무로 복귀했다. 작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로 선임돼 프리미엄레저(PL) 그룹장으로서 승마 사업을 담당했다. 지난달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으로 선임돼 백화점 신사업과 우수고객(VIP) 관련 신규 콘텐츠를 발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김 실장 발령 전 검토했다”며 “현재 한화솔루션과 분리돼 무관하게 독립 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