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부상으로 위기에 직면한 홈쇼핑 업계가 생존 전략을 찾아 나서고 있다. 문화·예술 등 신사업을 강화하거나 법인명에서 TV를 빼고 라이브커머스(온라인 생방송 판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진을 극복하는 모양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최근 컬처사업팀을 만들고 미술품을 판매하며 미술품 NFT(대체 불가 토큰)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NFT는 위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로 사진에 고유 번호를 붙이고 소유권을 주는 것으로, 온라인에서 미술품 구매 시 정품을 인증하거나 미술품을 가상 공간에서 소개하는 과정에서 접목할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아트테크(예술+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을 붙잡는다는 취지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방구석 컬처관’을 열고 명화 등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유명 작가의 한정판, 공연·전시 티켓 판매, 문화 콘텐츠 기획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미술품은 단순 감상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예술가와 수집가의 소통 채널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했다.
신세계(004170)그룹 홈쇼핑은 최근 법인명을 신세계티비쇼핑에서 신세계라이브쇼핑으로 변경했다. 모바일 중심의 유통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온라인 라이브 쇼핑 플랫폼으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명을 바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TV 방송과 온라인·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TV 방송 등에서 사용하는 채널명인 신세계쇼핑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최근 이마트(47.8%)와 신세계I&C(28.3%)가 보유한 지분 76.1%를 신세계백화점에 넘겼다. 신세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역량을 결집해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통합 커머스 플랫폼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현대홈쇼핑(057050)은 올해 초 미디어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를 만들었다. 자체 브랜드(PB)를 자유롭게 개발하고 이를 온라인 등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통 채널의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내독립기업을 만들었다”며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판매처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GS샵은 라이브커머스 제작 대행 사업인 문래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다. 문래라이브는 단순 찰영 장소 제공, 장비 대여를 넘어 제작부터 송출까지 종합적으로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090430) 오뚜기(007310) 필립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00여 개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매달 매출이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작년 명품, 건강기능식품 분야에 40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등 총 170억원을 직·간접 투자했으며 올해 투자 규모를 2배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리빙 플랫폼 콜렉션비 운영사 브런트에 30억원을 투자해 지분 12%를 확보했다. 콜렉션비는 세계 300여 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CJ온스타일은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며 “패션, 리빙, 뷰티, 건강기능식품 등 핵심 분야에 직접 투자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 확보 차원에서 우수 벤처캐피탈 펀드에 출자하는 등 간접 투자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홈쇼핑 업계가 신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이커머스의 부상과 TV 시청자가 감소로 쇼핑객이 줄어든 데다, 송출 수수료(채널에 방송을 내보내는 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 증가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가 2020년 지불한 송출 수수료는 2조234억원으로 홈쇼핑 업체 매출 절반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도 2017년 2시간 48분, 2018년 2시간 47분, 2019년 2시간 42분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롯데홈쇼핑의 작년 매출은 1조10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20억원으로 18.5% 감소했다. CJ온스타일의 작년 매출은 6.8% 감소한 1조3785억원, 영업이익은 33% 줄어든 1201억원이다. 현대홈쇼핑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804억원, 1339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14% 감소했다. GS홈쇼핑의 작년 매출은 1조2270억원으로 1.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329억원으로 13.9%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