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취소된 대신 소규모 인원으로 고급스럽게 할 수 있는 호텔 결혼식에 투자하기로 했어요." (30대 직장인 심모씨)
신혼부부가 갈수록 줄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함에도 불구하고 호텔 웨딩은 올해 예약을 마감한 곳이 등장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결혼식 인원 제한으로 식을 미뤘던 예비부부들이 애초 인원에 큰 제한을 받지 않을 소규모 예식장을 먼저 찾으면서 호텔업계는 '소규모 웨딩'에 집중하고 있다.
심씨 역시 지난해 10월 예정이었던 결혼식 일정을 연기하고, 100명대 규모의 소규모 예식장으로 장소를 교체해 올 2월 식을 올렸다.
호텔 결혼식 예약은 소규모 예식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마감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상반기 주말 결혼식 예약률이 90%다. 최대 140명만 입장할 수 있는 소규모 웨딩홀 '라일락홀'이 빠르게 마감됐다.
은하수 웨딩으로 알려진 400명 규모의 웨딩홀 '그랜드볼룸'의 인기가 코로나 이전까지 더 높았지만 최근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100명 이하의 하우스 웨딩이 큰 폭으로 늘었다. 작년 4분기 예약률은 전년보다 각각 3배, 2배 정도로 늘었다. 대표 예식장인 '하모니볼룸'은 올해 토요일 점심 결혼식이 모두 마감됐다.
여의도 켄싱턴호텔도 100명대 소규모 예식장의 예약률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단독 예식장을 사용해 프라이빗하게 진행되는 예식을 원하는 예비부부들의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이 호텔 관계자 설명이다.
대규모 예식장 수요도 전반적으로 작년보다는 늘었다. 200~300명 규모 결혼식이 전체 예식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호텔 서울의 경우 대규모 예식장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말에는 인원 제한으로 최대 49인까지의 하객만 입장이 가능해 예비부부들이 강제로 '스몰 웨딩'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다.
현재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최대 299인까지 하객 입장이 가능하다. 이 호텔의 경우 대규모 예식장도 결혼식 비수기인 7~8월을 제외하고 주말 예약이 거의 마감됐다.
결혼식 성수기인 3, 4, 5월은 예약이 모두 마감돼 추가예약이 불가한 상태다. 신라호텔 역시 최소 인원 50명부터 시작하는 올해 예식장 예약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호텔업계 웨딩 호황 행렬에 동참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미뤘던 예식이 진행돼 전년 대비 예식장 수요가 높은 기저(基底)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이 호텔 웨딩으로 눈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신혼부부의 수가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며 보복 소비로 '프리미엄 웨딩'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혼부부 수는 2015년 147만2000쌍에서 2020년 118만3750쌍으로 줄어들었다. 2021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혼부부 수가 처음으로 120만쌍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식을 미룬 예비부부들이 올해 호화 결혼식을 진행하며 호텔 예식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틈타 일부 호텔들은 기본 옵션으로만 최대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예식에 수백만원대의 생화나 전구, 캔들 등의 장식 추가를 강요하고 있다.
예컨대 하객 테이블당 유료 생화 장식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예식장 계약 직전 말하는 식이다.
지난달 호텔 예식장에서 결혼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예식장 계약 당시 지배인이 테이블 생화 장식은 필수라고 말해줘 테이블당 30만원의 생화 장식을 추가로 냈다"며 "조명 장식은 600만원대였는데 이 역시 모든 신부들이 필수로 고른다고 부추겨 예상보다 큰 비용이 나갔다"고 말했다.
일부 서울 시내 프리미엄 호텔의 경우 테이블당 생화 장식 가격이 10만원대부터 시작해 평균 수십만원대의 가격 옵션으로 설정돼 있다. 테이블이 수십개인 점을 고려하면, 이것 또한 호텔 웨딩홀의 짭짤한 수입원이 되는 것이다.
가계약을 망설이는 예비부부에게는 '추후 식대가 올라갈 수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계약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결혼을 준비하던 30대 예비 신부 이모씨는 "호텔 네 곳 정도를 정해 웨딩홀을 둘러봤는데 한 곳의 지배인이 추후 계약 시 식대가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지배인이 주말 점심의 경우 예약이 빨리 마감되니 가계약이라도 하고 가라고 말해 불쾌했다"고 전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에게 예식 시 필수로 들어가는 비용을 미리 언급하지 않고, 가계약하지 않을 시 추후 페널티를 준다는 것은 업체의 부당 행위"라며 "이 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및 단속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