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를 운영하는 에이케이에스앤디(AKS&D)의 자본잠식률이 80%로 치솟았다.
한때 롯데·신세계(004170)·현대백화점(069960)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백화점 ‘빅4′로 묶였지만 명품 브랜드 철수로 백화점에서 쇼핑몰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입지가 애매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스케이에스앤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2267억원, 영업손실은 221억원에서 247억원으로 확대됐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2019년부터 3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었다. 비율은 2019년 54%→2020년 68%→2021년 80%로 상승했다.
에스케이에스앤디는 애경그룹의 백화점, 쇼핑몰 운영사다. 주요 매장은 백화점인 AK플라자 수원·분당·평택·원주와 쇼핑몰 AK플라자 광명, AK&홍대·기흥·세종이다. 이중 별도 법인이 있는 AK플라자 수원(수원애경역사), AK&홍대(마포애경타운)를 제외한 나머지 매장 실적이 에스케이에스앤디에 포함됐다.
에스케이에스앤디의 실적 부진은 경쟁사 대비 외형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쇼핑몰 중심의 사업 운영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AK플라자 수원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4556억원이다. 다음으로 분당점(4090억원), 평택점(1565억원), 원주점(1270억원) 순이다. 매출 증가율은 원주점(13%), 평택점(4.5%), 분당점(0.6%) 순으로 높았다.
백화점 4사 주력 점포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신세계 강남점·본점·대구점, 롯데 잠실점, 현대 판교점·본점, 갤러리아 명품관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덕분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경우 작년 연결 매출이 창립 이래 최대였다.
백화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품 구입 채널이 면세점에서 백화점으로 이전되며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작년 새롭게 문 연 더현대서울, 신세계 대전 아트앤사이언스도 휴식 공간을 대거 확대한 신개념 백화점 모델을 제시하면서 고객 발길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이런 소비 패턴 변화는 AK플라자엔 악재였다. 애경그룹은 지난 2007년 경기도 분당의 삼성플라자·삼성몰을 인수해 AK플라자 분당점으로 탈바꿈한 지 8년 만인 2015년 총매출 2조원을 돌파, 갤러리아백화점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그러나 같은 해부터 루이비통, 디올, 프라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철수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AK플라자 1호점인 구로점을 폐점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AK플라자는 지역상권 맞춤형 쇼핑몰 중심의 출점 전략을 추진했다. 백화점보다 작은 쇼핑몰에 지역 상권에 맞는 브랜드를 입점시켜 운영하는 전략이다. 2018년 AK& 홍대점을 시작으로 기흥, 세종을 문 열었고 작년 10월 AK플라자 광명점을 개관했다.
중소형 쇼핑몰은 백화점보다 투자금액이 적고 입점 브랜드로부터 판매수수료 대신 고정 위탁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매출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명품이 철수한 자리에 스타벅스, 쉐이크쉑 등 해당 지역 상권에 없는 유력 식음료(F&B), 리빙 브랜드를 입점 시켰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소비가 양극화 되며 이런 사업 전략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시우 삼정KPMG 유통소비재산업본부 상무는 “대형 백화점의 VIP 고객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그는 “고급화 전략을 가져가는 백화점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주요 고객층 소비가 유지된 반면 그렇지 못한 백화점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경그룹은 작년 말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 출신 고준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하며 유통업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1973년생인 고 대표는 2018년 애경그룹에 입사해 AK홀딩스 전략기획팀장을 맡아 경영 전략을 총괄했다. 고 대표는 취임 후 마케팅 부문에 있던 고객분석팀을 대표이사 직속 부서로 옮겨 각 지점별 고객 데이터 중심 경영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한편 자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당기순손실을 낸 모회사 AK홀딩스는 배당 기조를 이어갔다. AK홀딩스는 보통주 1주당 200원의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 26억원 가운데 12억2500만원이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
AK홀딩스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0.2% 증가한 3조150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577억원, 당기순손실 181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배당은 홀딩스 별도 재무제표와 내부 정책을 고려했으며 주당 배당금은 전년 대비 5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