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유통업계가 NFT(대체 불가 토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NFT는 위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로 사진·동영상 등에 고유번호를 붙이고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는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 등 희소성 있는 제품에 관심이 많다. 유통 기업들은 온라인 명품 구매 시 정품을 인증하거나 의류를 가상 공간에서 소개하는 과정에서 NFT를 접목 중이다.

13일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 분석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NFT 시장 거래액은 248억달러(29조6000억원)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NFT로 만드는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실패해도 크게 타격을 입지 않는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 기업들이 NFT 시장에 뛰어들며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이유”라고 했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4월 모바일 앱을 통해 NFT 마켓플레이스를 열 예정이다. 가상 모델·패션 등을 가상 세계에서 선보이고 NFT 콘텐츠로 만들어 실물 상품과 연계하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를 위해 스튜디오K 홍혜진 디자이너와 가상 브랜드 LOV-F(life of virtual fashion)를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일상의 휴식과 즐거움을 찾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찾는다는 주제로 코트 2종을 선보였다.

롯데홈쇼핑은 가상 의류에 NFT 기술을 접목해 희소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홈쇼핑 주요 고객이 NFT에 익숙하지 않은 40~50대인 만큼 가상 의류를 실물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가상 의류를 홈쇼핑 업계 최초로 도입해 NFT 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라며 “NFT 콘텐츠 사업을 지속 확대해 홈쇼핑에 국한하지 않고 미디어 커머스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가상 의류 브랜드 LOV-F. /롯데홈쇼핑

신세계(004170)그룹 전자상거래 계열사 쓱닷컴(SSG닷컴)은 명품 정품을 보증하는 과정에서 NFT 기술을 도입해 SSG개런티를 제공하고 있다.

SSG개런티는 일종의 디지털 품질 보증서다. 쓱닷컴의 명품 브랜드 공식 스토어와 자사가 검증한 일부 셀러 제품을 구입하면 디지털 보증서가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보증서에는 각 제품의 고유 시리얼 번호와 상품 정보, 구매 이력, 보증 기간 등이 적혀 있어 품질을 인증해준다.

쓱닷컴은 SSG개런티를 도입한 이후 명품 판매가 늘었다. 작년 8월 26일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전체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쓱닷컴 관계자는 “온라인 명품 구매가 익숙한 이들에게 신뢰도 높은 상품을 제안하고 향후 리셀(되팔기)까지 고려해 NFT를 접목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했다.

젝시믹스 등을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337930)은 최근 디지털 패션 전략의 일환으로 레깅스 등을 NFT로 발행했다. 골프, 수영복, 아웃도어, 신발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NFT로 발행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온라인 서점 예스24(053280)도 미술품을 조각으로 거래하고 NFT 기술을 접목한 아티피오(ARTIPIO)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미술품 지분을 나눠 투자하는 과정에서 NFT로 진품 인증을 하거나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미술품 거래는 그동안 40~50대 고소득층 위주로 화랑이나 경매를 통해 이뤄졌으나 최근 20~30대 젊은층도 NFT 등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