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롯데그룹 유통 총괄대표(부회장). / 롯데그룹 제공

“일단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지요.”

김상현 롯데쇼핑(023530) 부회장은 9일 조선비즈와의 만남에서 “한국 고객 파악이 우선”이라며 “인수합병(M&A)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로 취임한 김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전 직장인 데어리팜(DFI) 싱가포르·홍콩 법인 대표직을 정리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체류했던 터라 출근 시기가 늦어졌다.

이날 오후 김 부회장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업무동에서 나와 이동을 위해 검은색 제네시스 G90에 몸을 실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업무동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가 자동차 창문 틈 사이로 명함을 전달하려고 하자 김 부회장은 “추운데 바깥에 계셨냐”며 직접 차 문을 열고 나왔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소탈한 면모가 느껴졌다. 앞서 김 부회장은 출근 첫날 직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샘(Sam)’이나 ‘김상현’으로 편하게 불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롯데쇼핑 출범 이래 첫 비(非) 롯데맨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된 김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변화’를 강조했다. 김 부회장에게 특별히 중점을 둔 분야가 무엇이냐고 묻자 “한국 고객 파악부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다”라며 “우리 한국 고객들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필요한 지부터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현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최근 김 부회장은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강남점, 서울 잠실 제타플렉스와 롯데마트 서울역점, 서초점 등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지난달 18일 처음으로 호남권에 들어선 창고형할인점 '롯데마트 맥스 전주 송천점' /이신혜기자

롯데쇼핑은 지난 2015년 매출 29조1277억원으로 최대 매출을 찍은 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줄고 있다. 그런 만큼 김 부회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회복을 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5조5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7.7% 줄었다. 백화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8%, 6.4% 증가했으나 마트, 슈퍼, 전자상거래(롯데온) 등 타 채널은 고전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부터 파격 인사를 통한 부활을 시도 중이다. 쇼핑 수장으로 비 롯데 출신의 김상현 부회장을 영입한 한편,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 정준호 대표를 백화점 수장으로 앉혔다.

체질 개선도 이어가고 있다. 롯데마트는 작년 말부터 기존 점포를 신개념 마트 제타플렉스와 창고형 할인점 롯데마트 맥스 등으로 개편하고 있고, 롯데온도 지난해 리뉴얼 이후 라이브 방송, 명품 판매 등을 해나가며 방문자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편의점 미니스톱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 부회장에게 유통 부문의 M&A 계획이 있냐고 묻자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 부회장은 1986년 미국 다국적 기업 P&G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3~2008년 한국 P&G 대표이사, 2008~2014년 P&G 아세안 총괄사장, 2014~2015년 P&G 본사 신규시장 부문 부사장을 지내며 P&G 아시아계 직원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2016년엔 홈플러스 대표이사, 2018년엔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