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년과 달리 유통업계 분위기가 조용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올림픽 축제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비단 국내 만의 일이 아니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장기간 후원해 온 글로벌 기업들은 미·중 갈등에 이어 중국 내 인권 문제가 부각되자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이번 올림픽에는 광고 캠페인을 따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 ‘글로벌 올림픽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이번 올림픽 기간 중국 내에서만 올림픽 관련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도 베이징 올림픽 광고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도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번 올림픽 마케팅에 몸을 사리는 것은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유린을 이유로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기업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작년 12월 7일 올림픽 후원사를 향해 “신장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 (기업들이) 확실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민간 분야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유린 우려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 위구르 인권 유린 사건은 중국 당국이 ‘갱생 교육’을 명분으로 위구르족 무슬림을 수감시설에 강제 수용하고, 수용서에서 고문을 비롯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 활동을 벌인 것을 말한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고,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진상 조사 요구와 함께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올림픽 특수를 노린 마케팅이 사라졌다. 김연아·이상화·모태범 등 스타 선수들이 모두 은퇴했고 ‘메달 밭’으로 평가받던 쇼트트랙도 연이은 빙상계 파문으로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면서 동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게 유통업계 설명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대통령선거 국면 등으로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저조해진 상황”이라면서 “굳이 올림픽 마케팅을 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기업 관계자는 “젊은층 사이에 만연한 반중 정서도 이번 올림픽 마케팅을 꺼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면서 “국내 유통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 실패하고 돌아온 아픈 기억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동계 올림픽과의 휴식기가 짧아진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다가오는 여름에는 월드컵이 또 열린다. 이벤트마다 특수 마케팅을 진행하면 되레 식상해질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내부적으로 올림픽 마케팅 추진여부를 검토했으나 올해는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2014~2018년 대한스키협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스키 선수들에 지원을 해 왔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 중 올림픽 마케팅을 꺼내든 것은 이마트(139480)의 TV 할인 판매전이 거의 유일하다. 이 밖에 윤홍근 회장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선수단장으로 참여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할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