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긴 하지만 고급 디저트 전시회에 온 것처럼 보는 눈이 즐겁네요." (26세 직장인 홍세연씨)
20~30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딸기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호텔 딸기 뷔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만원 내에서 '스몰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평가에서다.
대학생 이은지(22)씨는 지난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기에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가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자 해외여행을 취소하고 호텔 숙박과 딸기 뷔페를 예약했다.
이씨는 "해외여행 갈 돈으로 국내에서 기분을 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며 "소셜 미디어(SNS)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요 호텔들은 6만9000원~9만5000원대로 딸기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젊은 고객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다.
롯데호텔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운영하는 딸기 뷔페는 기존 딸기 뷔페 가격보다 1만6000원 비싼 1인당 8만5000원의 가격임에도 한 달 전에 예약이 완료됐다. 기존 딸기 뷔페와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매진됐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1인당 9만5000원을 내야 하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의 경우 이달 주말분 예약이 다 찼고, 2월까지 평일 포함 80% 이상 예약이 완료됐다.
주말과 공휴일만 운영하는 반얀트리 호텔의 '베리베리베리' 딸기 뷔페는 대통령 선거일인 3월 9일을 제외하고 3월 초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호텔 측은 투숙객 뿐만 아니라 딸기 뷔페만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며 여유 좌석이 없다고 말했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딸기 뷔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호텔들은 올해 딸기 뷔페 가격을 인상했다. 서울 주요 호텔의 딸기 뷔페 가격은 전년 대비 4000원~1만원가량 상승했다.
롯데호텔 서울의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 딸기 뷔페는 지난해 6만3000원에서 올해 6만9000원으로 6000원가량 올랐다. '딸기 애프터눈티 세트(3단 디저트 트레이)'는 지난해보다 1만원 오른 7만9000원이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스트로베리 에비뉴' 딸기 뷔페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는 가격이 각각 7만9000원, 9만5000원으로 1만원, 6000원씩 인상됐다.
JW메리어트동대문더라운지의 '2022 살롱 드 딸기 위드 바비' 딸기 뷔페(6만9000원)도 가격이 작년보다 4000원 올랐다.
호텔들은 딸기 뷔페 가격 인상 이유로 딸기 값 등 원자재 인상과 거리두기로 인한 대규모 운영 불가 등으로 꼽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0일 기준 딸기 '상품' 2kg 평균 도매 가격은 4만340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56% 가량 상승했다. 딸기 '중품' 2kg 평균 가격도 3만5340원으로 64% 올랐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현재 취급하는 설향 딸기는 농가와 선계약을 했지만, 마트처럼 대용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아니라 시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거리두기로 인한 동시 입장 규모 축소도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JW메리어트동대문더라운지의 주말 하루 수용 인원은 1부·2부 30명씩 총 60명이다. 인원 제한으로 인해 6인 이상 대규모 인원도 예약이 불가하다. 롯데호텔 서울도 시간대를 나누어 하루에 총 80명 정도의 인원만 예약을 받는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주부 이경숙(55)씨는 "딸기 값이 올랐다고 해도 딸기 뷔페가 약 10만원이 되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세연(26)씨는 "시중에서 파는 딸기와 달리 호텔 딸기 뷔페는 당도가 높은 딸기가 많아 좋다"며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자기만족을 위해 한 번쯤 가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호텔 딸기 뷔페가 고급화 전략을 취하며 SNS로 뽐내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며 "코로나로 인해 억눌렸던 보복 소비가 고가 딸기 뷔페 방문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보여주기식 과소비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