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마켓컬리, 편의점 미니스톱, 가정간편식(HMR) 전문 스타트업 프레시지.

유통업을 영위하는 이 3개 회사의 공통점은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특정업종에 치우치지 않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온 앵커PE가 유통업계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눈길을 끈다.

마켓컬리의 친환경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 / 컬리 제공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미니스톱 매각주간사 삼일PwC가 실시한 본입찰에 넵스톤홀딩스와 앵커PE가 함께 참여했다.

넵스톤홀딩스는 과거 경남에너지를 보유했던 정연욱 회장과 정세진 대표가 앵커PE와 손잡고 만든 식자재 유통기업이다. 산하에 지주회사격인 데일리푸드홀딩스가 있고 대흥농산(버섯 생산), 화미(식자재 제조·유통), 현진그린밀(식품첨가물·사료 등 제조)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앵커PE의 미니스톱 인수전 참여가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회사가 작년부터 유통업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마켓컬리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250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앵커PE는 2018년 한차례 마켓컬리 투자를 타진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3년 만인 작년 투자를 다시 제안했고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가 필요했던 컬리 측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져 투자가 성사됐다.

앞서 작년 9월에는 국내 밀키트 1위 스타트업인 프레시지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동안 소수 지분 투자로 시작해 지분율을 추가 인수하는 방식을 취했으나 이번엔 처음부터 경영권을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작년 칼라일에 매각한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가 대표적이다. 2018년 프리IPO로 지분을 일부 산 뒤 2019년 지분율을 85%까지 높였고 2020년 추가 지분을 인수한 뒤 지난해 칼라일에 매각했다. 인수가는 4500억원, 매각가는 1조원 안팎이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프레시지 HMR 공장. /프레시지 제공

프레시지를 인수한 바로 다음달 건강·특수식 전문몰 닥터키친을 사들였고 이달 밀키트 2위 스타트업 테이스티나인과 개그맨 허경환이 설립한 닭가슴살 전문 쇼핑몰 허닭을 줄줄이 인수했다.

최근 5개월 간 500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투자에 집행했고 2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미니스톱까지 인수하면 그 금액은 더 불어난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앵커PE는 의약품 유통사 지오영, 건강기능식품 유통사 헬스밸런스, 핀테크 기업 카카오뱅크,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그린홀딩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에 투자해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는 3300억원을 투자했는데 기업공개(IPO) 후 시가총액이 7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가치가 1조원을 넘는다. 카카오뱅크 프리IPO에 2500억원 규모로 참여했는데, 현재 가치가 6000~700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앵커PE는 앞선 투자 경험을 통해 식품업계에 볼트온 전략(유사업체 혹은 연관 업종 기업을 추가로 인수)이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식자재 납품부터 제조, 판매까지 M&A로 수직 계열화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자재 납품을 수직 계열화한 데일리푸드홀딩스는 매출을 2019년 2338억원에서 2020년 2351억원으로 유지했는데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대기업 계열 식자재 업체 매출이 급감한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

과거 사모펀드 업계에선 식음료를 비롯한 유통사는 투자 회수가 어려운 골치 아픈 투자처로 분류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업계 트렌드가 급변하자 ‘돈이 될 만한 회사’로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브랜드력을 갖춰 충성고객을 확보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추가 투자나 체질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를 골라 인수하는 M&A가 잇따르고 있다.

요기요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위대한상상 제공

작년 10월 사모펀드 퍼미라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GS리테일(007070)과 손잡고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영국 사모펀드 퍼미라의 국내 기업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PEF 유니슨캐피탈은 최근 강원도 강릉의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 지분 35%를 인수했고 오케스트라어드바이저스코리아는 반올림피자샵을 운영하는 반올림식품을 인수했다.

유통사에 투자했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PEF도 여전히 있다. 2015년 홈플러스를 테스코로부터 7조원에 인수한 토종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이후 홈플러스 실적이 악화되자, 매장 부지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집중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물류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자, 최근 전략을 수정해 매각한 매장을 재임차하고, 기존 점포를 리뉴얼(재단장)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