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의무화 첫날인 10일 오전 이마트 트레이더스 고양점 입구에서 한 시민이 전자출입명부 QR코드를 인식하고 있다. /이신혜 기자

“아이고 딸한테 배웠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

10일 오전 10시 반 이마트(139480) 트레이더스 고양점, 손녀와 함께 온 60대 부부가 매장 입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전자출입명부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하지 못해서다. 이들은 직원들이 앱 구동하는 법을 알려준 후에야 쇼핑몰에 입장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방역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제) 의무화 시행 첫날, 주요 유통 점포에선 고령층을 중심으로 작은 혼선이 빚어졌다. 월요일 오전이라 고객이 적어 우려할 만한 혼란은 없었지만, 일부 고령층을 중심으로 전자출입명부 앱 업데이트나 QR코드 인식이 되지 않아 직원들이 일일이 알려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트레이더스에서 만난 남기순(68) 씨는 “예전보다 출입 인증을 강하게 하는 것 같다”며 “필요한 조치이지만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은 QR코드 출입 방법을 아는데 혼자 사는 노인들은 익히기 어렵다. 단체에서 찾아 뵙고 알려주던지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이마트 트레이더스 고양점에서 직원이 팻말을 들고 고객들에게 방역패스를 안내하고 있다. /이신혜 기자

이날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에서 방역패스가 의무화된다. 방역패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사람만 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조치다. 지금까지는 백신 접종 인증을 철저히 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이용자와 업주 모두 과태료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대형 유통점을 이용하기 위해선 휴대폰의 전자출입명부 앱을 통해 QR코드로 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보여야 한다. 2차 접종 이후 14일이 지난 날부터 180일(약 6개월) 동안만 백신 접종 증명이 유효하다. 백신 미접종자는 48시간 내 발급된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나 격리 해제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전화로 인증하는 안심콜도 허용됐지만, 이날부터는 안심콜 사용이 불가능하다.

방역패스 의무 시행 첫날 대형 유통점포 곳곳에선 앱 사용이 서툰 고령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혼선이 빚어졌다. 고령 소비자들의 경우 전화만 하면 되는 안심콜 사용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스타필드 고양점에서 만난 한 80대 여성은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아 발열 체크만 하고 입장했다. 딸 유명선(59) 씨는 “스마트폰이 없거나 작동을 못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출입이 어려운 것 같다”면서도 “다수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롯데몰 은평점, 이곳은 안심콜로도 입장이 가능했다. /이신혜 기자

계도기간을 이용해 안심콜 출입을 허용하는 점포도 있었다. 롯데몰 은평점은 접종확인서 확인 없이 안심콜 사용자도 입장을 시켰다. 관리자는 “QR코드 확인을 해야 하는데 계도기간이라...”라며 얼버무렸다.

일각에선 식자재나 생필품 등을 구매하는 대형마트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롯데몰 은평점에서 만난 한 주부(64)는 “우리 딸은 백신 부작용 때문에 1차만 맞아서 오늘부터 마트에서 장을 볼 수 없다”며 “피치 못하게 백신을 못 맞는 사람들도 배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백화점 시설 종사자에게는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김유영(28) 씨는 “직원으로 가는 건 괜찮고, 손님으로 가는 건 안 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며 “이런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방역당국은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제도에 일주일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처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