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편의점 CU가 최근 야심차게 출시한 경기·전라·강원 맥주의 발주를 하루만에 중단하고 전량 회수했다. CU 본사의 잘못된 라벨링(라벨을 붙이는 작업) 때문이다. 곰표맥주로 재미를 본 CU가 무리한 수제맥주 마케팅으로 소비자와 1만4000여 가맹점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는 지난달 30일 각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경기 위트에일·전라 라거·강원 에일·서울 페일에일·충청 세션 IPA(India Pale Ale) 등을 선보였다. 지역 특색을 살린 소주는 많은데 맥주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한 제품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돕는다는 취지였다. 캔당 3500원으로 4캔 1만원 행사가 적용됐다.
지역 맥주는 이색적인 마케팅으로 출시 당일 소비자의 기대를 모았으나 CU는 출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2시부터 경기·전라·강원 맥주 발주를 중단했다. 가맹점 점주들에겐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지역 맥주를 반품하라고 안내했다. 충청·서울 맥주는 그대로 판매 중이다.
이는 CU의 잘못된 맥주캔 재활용 방식 때문이다. CU는 시중에 판매되는 기존 맥주캔에 지역 이름을 넣은 필름만 새로 붙여 판매했다. 경기도에서 판매된 구미호 맥주에 ‘경기’라는 필름을 붙이는 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소비자가 맥주캔을 분리 수거하는 과정에서, 이 맥주를 남이 마신 맥주캔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CU 관계자는 “소비자가 맥주 필름을 제거했을 때 (다른 사람이) 마신 맥주캔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며 “안내 스티커를 붙여 이를 방지하고 재판매 할 예정”이라고 했다.
CU가 출시 하루 만에 지역 맥주를 회수하면서 소비자와 가맹점주들도 혼란에 빠졌다.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한 CU 매장에선 경기 맥주를 판매 중이었으나 구매를 위해 바코드를 찍자 ‘삐’소리와 함께 판매 불가라고 떴다. 점주 A씨는 냉장고에 있던 경기 맥주 4~5캔을 빼서 창고에 넣으며 “본사에서 발주를 중단해 구매가 어렵다”며 “번거롭다”고 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본사의 실수는 인정하면서도 기존 상품에 라벨만 붙인 게 아니라 새롭게 기획·개발한 맥주라고 해명했다. 다른 상품 패키지를 재활용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유를 신고해야 하는데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한 지역 맥주 제조사는 “맥주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다보니 맥아 등 일부 재료가 겹칠 수 있고 100% 다른 재료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제조법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제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