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을 앞지른 잠실점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대상으로 출시한 유료 멤버십 가입자 수가 600명을 넘었다. 통상 백화점 VIP가 되려면 최소 연간 1000만원은 써야 하는데, 월 10만원을 내면 그보다 더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일종의 가성비 VIP 제도에 호응하는 2030세대가 몰렸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전경. / 롯데백화점 제공

3일 롯데쇼핑(023530)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지난 해 두 차례에 걸쳐 모집한 Y커뮤니티 누적 가입자 수가 600명을 넘었다. Y커뮤니티는 일반적인 백화점 VIP 제도와 달리 구매금액에 상관없이 월 10만원을 내면 VIP에 가까운 혜택을 준다. 단 1987년생까지만 가입할 수 있고 혜택기간이 3개월이다.

가입자는 ▲월 10만원 금액 할인 쿠폰 ▲무료 주차 ▲VIP바 커피 무료 제공 혜택을 받고 ▲롯데호텔 애프터눈 티세트 2인 ▲롯데월드 종합 이용권 ▲와인 교환권 등 교환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처음에 가입한 사람들이 만족해 재가입을 한 경우가 많았고 입소문이 나면서 두번째 모집 때는 가입 인원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내년에도 재가입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해 시범 운영을 통해 좋은 성과를 냈다고 판단하고, 올해부터 정식 운영하기로 했다. 혜택은 10% 금액 할인권을 기존 1장에서 월 2장으로 확대하고 일정금액 구매하면 5% 상품권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는 등 확대했다. 다른 점포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백화점 업계의 2030 고객 모시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작년 2월 30대 이하 고객 전용 VIP 멤버십 ‘클럽YP’를 도입했다. 가입대상은 직전 연도에 현대백화점 카드로 2000만원 이상 물건을 산 1983년 이후 출생자다. 유튜브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만명 이상, 기부·봉사활동 우수자는 구매 실적에 관계없이 내부 심사를 거쳐 회원으로 선정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문 연 클럽YP라운지. / 현대백화점 제공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회원 수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회사의 예상보다 50% 이상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10월에는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 2030 전용 클럽YP 라운지를 열었다. 더현대서울은 2월 개관한 이후 인스타그램 태그 수가 25만개에 달하는 등 2030세대 사이에서 화제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 판교점은 5년4개월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핵심 점포이고 인근에 거주하는 2030 젊은 부부 고객이 많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월 VIP를 세분화하면서 ‘제이드+’ 등급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 6개 VIP 등급 가운데 가장 문턱이 낮은 제이드는 전년도 구매금액이 500만원~2000만원이면 가입됐다. 이 등급을 제이드(500~1000만원)와 제이드+(1000~2000만원)로 나누고 제이드+의 할인 혜택을 5%에서 10%로 확대했다. 3월에는 대전 타임월드점에 제이드+ 고객 전용 VIP라운지를 만들었다. 제이드와 제이드+ 등급의 70%를 차지하는 2030세대 혜택을 확대한 것이다.

갤러리아 대전 타임월드점의 2030 전용 VIP라운지. / 한화솔루션 제공

국내 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8년 38%에서 2020년 46%로,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49.3%에서 50.7%로 상승했고 갤러리아백화점은 2020년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현대백화점의 2020년 명품 매출 증가율을 고객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37.7%로, 30대(28.1%)와 40대(24.3%)를 앞질렀다.

그러나 20대를 중심으로 명품을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백화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3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트렌비·발란은 올해 배우 주지훈, 김희애, 김혜수를 TV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거래액 증가로도 이어졌다.

거래액 1위 머스트잇은 2018년 연간 거래액이 947억원이었지만 2020년 25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까지 누적 거래액이 9000억원을 돌파했다. 발란은 11월 거래액이 572억원으로 2020년 연간 거래액(512억원)을 초과했다. 같은달 트렌비의 거래액은 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