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든 시대다. 동네 짜장면 가게가 유일한 배달 음식점이었던 게 불과 10여년 전. 이제는 끼니는 물론 각종 생필품을 1시간 안에 문 앞까지 가져다준다. 배달 앱이 출시된 지 12년이 되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22년을 맞아 배달 앱의 현재와 나아갈 길을 5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 시내의 한 도로 위로 배달라이더가 비를 맞으며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장은석(33)씨는 점심과 저녁을 모두 배달 음식으로 해결한다. 일을 하는 중간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장씨는 “배달로 안 되는 게 없고 1인분 배달도 따로 있어 부담 없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배달 앱을 더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외식 지도가 배달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2010년 4월 스토니키즈가 국내 처음으로 위치 기반 음식 배달 앱 ‘배달통’을 낸 이후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으로 배달 앱이 늘면서 이른바 모든 음식이 배달되는 시대가 열렸고, 덩달아 배달 수요가 급증했다.

코로나19 속 비대면 소비 증가로 삼겹살이나 스테이크는 물론 커피나 과일까지 배달 앱 안으로 들어왔다.

◇ 국민 60%가 이용하는 배달 앱…거래액 20조원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배달 앱 3사의 지난 11월 월간이용자수(MAU)는 3477만명이다. 전 국민의 약 60%가 배달 앱을 사용한 셈이다.

덕분에 지난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8.6% 증가했다. 올해 10월까지는 20조5700억원을 기록, 지난해 연간 거래액을 넘어섰다.

그래픽=이은현

배달 앱은 김상훈 전 스토니키즈 대표가 집에 쌓인 음식점 배달 전단지를 스마트폰에 넣으면서 시작했다. 여기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등 정보기술(IT) 기반 운영사들이 배달 주문과 결제의 편의성, 메뉴와 가격 비교 등을 더하면서 수요는 계속 확대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일찌감치 배달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85%에 달하는 스마트폰 보급률까지 겹치며 배달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했다.

◇ 외식업체 5곳 중 1곳 배달…배달 전용 식당도 등장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던험비가 지난해 전 세계 20개국의 소비자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배달 서비스 이용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달 음식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전체 응답자의 60%가 배달 앱을 통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고 응답했다. 20개국 중 1위로 전 세계 평균 27%보다 약 2배 많다.

배달 중심 외식 지도 개편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의 배달 앱 이용률은 20%로 전년보다 8.7%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7.6%에서 2019년 11.2%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배달대행을 쓰는 외식 업체도 늘고 있다. 지난해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외식업체는 15.4%로 전년 10%와 비교해 5.4%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20년 가까이 중국집을 운영하는 이우림(60)씨는 “6년 전까지만 해도 배달원을 직원으로 뒀었다”면서 “배달비 등으로 비용은 차이 없지만 주문량이 많아도 대응하기가 쉬워 배달 앱과 대행업체를 쓴다”고 말했다.

외식업체 5곳 중 1곳이 배달 앱을 이용하면서 손님을 맞는 별도의 매장 없이 배달에만 대응하는 ‘보이지 않는 식당’도 등장했다. 보이지 않는 식당은 주방만 따로 빌려 쓰는 형태로 강남역 인근 ‘고스트키친’이 대표적이다.

고스트키친 관계자는 “월세 150만원을 내고 주방을 빌려 배달에만 대응하는 곳으로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즉석식품과 생필품도 배달…물류 지도 바뀐다

배달 앱은 이제 대한민국 물류 지도도 바꾸고 있다. 배달 앱 내 주문에 따라 식당에서 집으로 음식을 배달했던 배달 기사가 치킨을 배달하듯 즉석식품과 생필품을 배송하기 시작했다.

배달 시장에 일찌감치 진입한 배달의민족의 ‘B마트’가 대표적이다. B마트는 배달 기사가 오토바이로 30분에서 1시간 내 고객이 원하는 식품(간편식·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문 앞까지 배달한다.

그래픽=이은현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도 배달 앱이 직접 나른다. 배달 앱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은 지난 4월 사업자 대상 B2B 서비스인 ‘쿠팡이츠딜’을 정식 출범했다.

쿠팡이츠딜은 쿠팡이츠 가맹 음식점 중 높은 평점을 받거나 빠른 배달을 수행한 매장에 신선식품과 식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서비스다. 식자재를 넘어 사무 용품까지 배달하는 ‘쿠팡비즈’ 서비스도 시작했다.

일각에선 배달 앱의 지나친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 앱이 중개 수수료 등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등 폐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료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배달 앱이 온라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식자재까지 유통하고 있다”면서 “이대로는 유통 생태계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