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이 1300억원에 매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숙객이 줄며 경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르메르디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에 이어 이른바 ‘알짜’ 지역으로 불리는 강남에 위치한 호텔들이 아파트 등 주거시설로 변모하고 있다.
20일 부동산·유통업계에 따르면 DL(000210)(옛 대림산업)이 운영해 온 글래드 라이브 강남호텔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DL이 이 호텔과 뒤편에 위치한 일부 부지를 부동산 개발 업체 티마크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지난 8월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DL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 및 재투자 목적으로 매각했다”고 했다.
DL은 2014년 비즈니스 고객을 겨냥해 글래드 호텔을 선보였다. 건설업 불황이 길어지자 호텔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DL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통해 글래드 라이브 강남,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코엑스, 메종 글래드 제주를 보유하고 있다. 글래드 마포는 위탁 운영 중이다. 제주도에 위치한 항공우주 호텔 운영권도 갖고 있었으나 지난 6월 호텔코리아닷컴에 운영권을 넘겼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은 2016년 4성급 호텔로 문을 열었다. 지하 3층부터 지상 20층까지 있으며 파티를 즐길 있는 글래드 하우스와 대형 테이블, 벽난로, 실내 풀장이 있는 풀스위트룸 등 210개 객실로 구성됐다. 라운지바 디브릿지로 20~30대 사이에서 강남 핫플레이스(인기 있는 장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타격을 입었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지난해 매출은 608억원으로 전년 동기(1001억원) 대비 40% 감소했다. 2019년 8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올해 9월말 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3억원, 36억원으로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실적을 회복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의 판매 객실은 개관 첫해인 2016년 2만4000실, 2017년 7만6550실, 2018년 6만1000실, 2019년 6만7000실, 지난해 4만1700실로 감소했다.
경영 악화에 따른 서울 강남 호텔의 폐점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거 시설이나 사무실, 상가 등으로 용도가 변경되고 있다. 강남 첫 특급 호텔인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과 버닝썬 클럽이 있던 르메르디앙(리츠칼튼)은 올 초 각각 3500억원, 7000억원에 부동산 개발사 더랜드와 현대건설에 매각됐다. 주상복합 아파트나 주거 시설로 전환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산에서 40년 넘게 영업한 밀레니엄힐튼 호텔은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된 뒤 고급 호텔과 오피스, 소매 시설이 포함된 복합 시설로 바뀔 계획이다. 신도림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은 케펠자산운용에 매각됐는데 오피스로 변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산과 한강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한남동 최고의 입지로 꼽히는 그랜드하얏트 호텔 주차장은 2000억원에 매각됐고 주택 부지로 개발될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 한 호텔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알짜 지역에 위치한 만큼 수익성이 높은 주거 시설이나 오피스로 개발되는 추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