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카페·식당·와인·세탁·금융 등 특화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는 등 멀리 외출하지 못하고 동네에서 업무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자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는 이른바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다닐 정도로 가까운 상권)’이라는 장점과 특화 매장을 결합해 고객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GS25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카페거리에 카페형 편의점을 열었다. MZ세대(1980~2000년대생) 주민을 겨냥해 빈티지한 벽돌과 테라스로 매장을 꾸몄다. 굳이 카페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고급 커피와 베이커리를 강화하고 농·축산품과 생활용품 비중을 줄였다. 카페형 매장은 개업 후 일주일 동안 20~30대 방문 고객 비중이 전체 고객의 86.2%를 차지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 관계자는 “온라인 커머스(전자상거래)에 대응해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주류형 매장 등 내년까지 10여 곳을 추가로 열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는 와인·위스키 등 주류 특화 매장을 전국 3000여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용 매대에서 200종이 넘는 주류를 선보이며 매달 이달의 와인을 추천해준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받아보는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도 가능하다. 이마트24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연말까지 와인에 어울리는 음악 124곡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와인 태그(Tag)에 있는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오디오 플랫폼 업체 플로 사이트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마트24의 올해 1~11월 와인 판매량은 230만병으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인 170만병을 넘어섰다. 양주(137%)와 칵테일 제조에 필요한 봉지 얼음(54%), 탄산수(36%)도 같은 기간 판매가 늘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마트24=와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먹거리 특화 매장 푸드드림을 전국 580곳에서 운영 중이다. 푸드드림은 일반 매장보다 2배 넓은 132㎡(40평) 규모에서 즉석 식품과 가정 간편식(HMR), 음료 등 먹거리 판매에 집중하는 매장이다. 즉석 국수와 우동, 1989년 미국에서 들여온 즉석 핫도그 빅바이트를 맛볼 수 있다. 푸드드림은 하루 평균 매출이 일반 매장보다 60% 이상 많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푸드나 음료 매출이 증가하며 점포 마진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세탁과 금융 등 동네 주민을 위한 이색 특화 매장도 있다. GS25는 세탁특공대와 협업해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1900여 개 매장에서 24시간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카카오톡으로 접수한 뒤 GS25에 세탁물을 맡기면 세탁특공대가 세탁해 48시간 내 비대면으로 배송해준다. 물세탁, 드라이클리닝, 수선 등이 가능하다. 고객은 직접 세탁소에 찾아가거나 기다릴 필요 없이 집 앞 편의점에 손쉽게 맡길 수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세탁에 불편함을 겪는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을 위한 생활 편의 서비스”라고 말했다.
CU는 하나은행과 서울 송파구에 화상 상담, 현금입출금기(ATM), 금융 거래를 위한 신분 확인·바이오 인증, 통장 계좌 개설·재발행, 체크카드·보안카드 발급 등 50가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매장을 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 관계자는 “맞춤형 편의를 제공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GS25는 신한은행과 강원도 정선군에서 대출 상담, 펀드·퇴직연금 가입 등을 할 수 있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은 오후 4시에 문을 닫지만 GS25에서는 오후 8시까지 화상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공과금을 낼 수 있는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는 24시간 이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