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도 4060 중장년층도 저희에겐 큰 손(투자자)입니다.”
고가의 명품이나 예술작품 등의 소유권을 조각처럼 나누어 투자하는 이른바 ‘조각 투자’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가상자산, 공동구매에 친숙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이나 40~60대의 중장년층 회원도 늘고 있다.
‘조각 투자’는 롤렉스 시계, 에르메스 명품백, 메종 르로이 와인, 유명 작가의 미술품 등을 조각 투자 플랫폼이 선구매하고 투자자들에게 소유권을 분할한 뒤 시세가 오르면 이를 되팔아 차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 자금이 적어 현물 투자가 부담스러운 이들이 주로 이용하며 최소 1000원대부터 투자할 수 있다.
조각 투자 플랫폼은 경매나 프라이빗 세일(일대일 제안 구매) 등을 활용해 법인파트너사나 개인 판매자에게 현물을 구매한 뒤 은행 금고나 자체 갤러리에 보관해놓고 있다가 시세가 오르면 되판다. 상품을 되팔아 차익이 생기면 이 중 일부는 플랫폼이 수수료로 떼어가고 나머지 차익은 조각 투자자들에게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올해 6월 출범한 조각 투자 플랫폼 ‘트레져러’는 11월 기준 10대 사용자가 1407명, 50대는 1005명, 60대는 402명이다. 출시 3개월째인 9월 기준과 비교해 10대는 392명 늘었고, 40대는 5201명, 50대는 191명, 60대는 199명 늘었다. 여전히 20~30대 구매층이 가장 많지만 10대 회원과 중장년층 구매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트레져러 관계자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으로 조각 투자를 받은 상품의 매각률은 31.8%로 총 22개의 상품 중 7개가 매각됐다. 상품들의 평균 보유 기간은 50.5일로 상품 평균 수익률은 10.19%를 기록했다. 보관하고 있던 고가 상품의 시세가 10% 이상 오르면 조각 투자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판매한다. 1년 이상 판매가 되지 않으면 당시 시세에 맞게 자동으로 판매한다.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테사’의 경우 2020년 4월에 10대 회원 30명, 20대 회원 360명, 30대 회원 525명, 40대 회원 345명, 50대 회원 90명, 60대 회원은 30명 등이었다. 10대와 50~60대 회원을 다 합쳐도 15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2월 현재 10대 회원은 13배, 50대 회원은 40배, 60대 회원은 26배가량 늘었다. 테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40~50대 장년층의 구매력을 눈여겨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테사의 경우 12월 초 기준으로 총 32건의 작품 중 6건이 매각됐다. 판매된 상품의 매각 수익률은 평균 21.94%였다. 내부 아트 리서치 팀에서 작품 상태, 경매 기록, 유찰률 등 글로벌 미술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글로벌 200위 블루칩 아티스트’ 위주로 작품을 선정한다. 오를만한 작품만 산다는 것이 테사 측 입장이다.
명품 시계와 아트 컬렉션 등을 집합 상품으로 만들어 공동 투자하는 플랫폼 ‘피스’의 경우 올해 11월 기준 약 8000명의 회원 중 10대는 80명(1%), 45~50세 560명(7%), 51~60세는 320명(4%)으로 집계됐다. 투자 자금이 비교적 많은 중장년층 회원이 전체 회원의 10%가 넘는다.
피스 관계자는 “백화점 영수증이 있는 상품을 여러 경로로 선매입해 내부 감정사와 감정원 인증을 받아 금고에 보관한다”며 “조각 투자자들이 원하면 인증 사진을 보내주기 때문에 처음에 의심하던 중장년층의 호응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 역시 12월 기준 회원 수 4만1300명 중에서 50대가 4708명(11.4%), 60대 이상이 908명(2.2%)으로 중장년층 회원이 전체 회원 비중 중 10%를 넘었다.
한 조각 투자 플랫폼 관계자는 “조각 투자가 점점 알려지면서 중장년층이나 학생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초기에는 20~30대 회원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나이를 가리지 않고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조각 투자 플랫폼은 개인이 소액으로 고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금융보호법상 보호가 안 된다는 단점도 있다. 해당 조각 투자 플랫폼이 망하거나 현물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여도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각 투자의 경우 금융당국의 관리과 규제가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이 연결돼 있는데 미술품 조각 투자는 ‘아트테크’라는 말로 기술 혁신이 있는 것처럼 말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플랫폼 관계자 역시 “조각 투자로 항상 수익이 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손실이 날 위험도 인식해야 한다”며 “투자 자금 규모가 큰 중장년층은 상품 하나에 목돈을 투자하기보다는 분산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