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5위 업체인 한국미니스톱이 인수합병(M&A) 시장에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지만 몸값이 절반 수준인 2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편의점 업계에서 한국미니스톱의 입지가 약화된데다 점주들이 얼마든지 다른 편의점으로 갈아탈 수 있어 껍데기만 인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 유통 대기업인 이온그룹이 보유한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서류 접수가 최근 마감됐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가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추려 실사를 진행중이며 본입찰은 다음달 중 진행될 전망이다. 작년 말 점포 수 기준 CU·GS25·세븐일레븐에 이어 업계 4위인 이마트24가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강공원 반포지구 내 미니스톱 서래나루점 풍경. / 조선비즈DB

이마트24는 작년 말 기준 점포 수가 5169개인데, 미니스톱(2603개)과 합치면 8000여개로 늘어나 3위 세븐일레븐(1만501개)과의 격차를 지금보다 크게 좁힐 수 있다. 가맹사업인 편의점은 점주들이 계약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 중 하나가 점포 수다. 점포 수가 많을수록 입점업체와의 협상력이 커져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고 물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3년 전에 비해 한국미니스톱의 몸값이 떨어진 것도 이마트24에는 기회다. 2018년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롯데그룹이 최고가인 4300억원을 써냈으나 현재 IB업계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2000억원대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미니스톱은 지난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에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 했다. CU와 GS25는 지난해 각각 1622억원, 229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경쟁사가 점포 수를 최소 10%, 이마트24의 경우 두배 가까이 늘리면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는 동안 한국미니스톱은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CU, GS25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고 자체 인프라나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퀵커머스(소량의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를 시작하는 등 편의점 업계 트렌드가 급변하는 동안 발빠르게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타격도 받았다.

경쟁사는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점포 수를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하겠지만 그마저도 확실치 않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2018년 말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맺은 자율규약에 따라 ‘같은 브랜드는 점포 간 50~100m 이내에 신규 출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전국 편의점 수가 5만개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이미 한국미니스톱이 입점한 위치 인근에 경쟁사 점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수 주체는 한국미니스톱을 인수더라도 자사 브랜드가 50~100m 이내에 있으면 자사 간판을 달 수 없다. 자사 브랜드 점포가 근처에 없는 목 좋은 곳을 골라서 브랜드를 전환해야 한다. 이때 점주들이 CU, GS25 등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사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0년 세븐일레븐이 국내 편의점 체인 바이더웨이를 인수했을 때도 일부 점주들이 이탈했다.

3년 전 불발됐던 한국미니스톱 매각이 이번에 성공할 지 여부는 가격에 달렸다. 가격대가 낮아지면 예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롯데그룹이 본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3년 전 한국미니스톱 점주들이 매각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집단으로 반발 했는데 이번에도 본사와의 로열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그럴 수 있다”며 “경쟁사는 굳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우량 점포 위주로 점주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 인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