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꼽히는 티몬과 위메프가 모바일 실시간 판매 방송인 라이브커머스 강화 등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자본을 앞세운 네이버(NAVER(035420)), 쿠팡, 신세계(004170)(SSG닷컴) 등 ‘3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변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1세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불렸던 다나와는 최근 사모펀드(PEF)로 넘어갔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달 29일 티몬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고 라이브커머스 티비온(TVON)을 전면에 올렸다. 지난 6월 ‘콘텐츠 강화’를 내세우며 티몬의 새 수장에 오른 장윤석 대표이사가 라이브커머스 강화를 주도했다. 티몬 관계자는 “제품을 싸게 들여와 더 빠르게 배송하는 것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몬은 지난 10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틱톡 크리에이터(창작자)들이 티몬 라이브커머스와 연계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9월에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 기반의 영상 플랫폼 아프리카tv, 콘텐츠 제작사 프리콩과 협약을 통해 3사가 가진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연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위메프는 지난 2월 9년 만에 하송 신임 대표로 수장을 교체한 후 분야별로 서비스를 특화하는 이른바 ‘버티컬커머스’로 전환하고 있다. 버티컬커머스는 식품, 패션 등 특정한 분야의 제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위메프는 지난 5월 여행·공연 전용 앱 ‘W여행컬처’를 선보였다. W여행컬처에서는 숙박과 항공권 특가 예약, 공연티켓 예매 등을 할 수 있다. 이후 장보기 전용 ‘맛신선’, 리빙·인테리어 ‘W홈즈’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라이브커머스와 버티컬커머스를 생존 수단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속도전으로 치달으면서 자금을 앞세운 물류 경쟁으로 변했지만, 티몬과 위메프에는 그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조(兆)원 단위의 투자가 계속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티몬과 위메프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각각 4.3%, 3.1%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액 규모는 티몬이 5조원, 위메프가 7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0년 티몬, 위메프와 함께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입한 쿠팡이 지난해 1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투자에 힘입어 적자를 감수하고 물류센터를 확장해 성장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신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티몬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5년 티몬 경영권을 인수한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지분율 98%)이 사업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던 것과 대조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KR 등은 향후 티몬 매각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티몬은 지난달 15일 생산자 직접 배송 방식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티프레시’를 출범했다. 제주도 감귤 농가와 전용농장 계약을 맺고, 아침에 수확한 감귤을 다음날 집 앞으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2015년 신선식품 온라인 장보기를 꺼냈던 티몬이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한 지 약 2년 만이다. 수산물 등으로 산지 직송 취급 품목 확장도 예정했다.
위메프는 배달 앱 위메프오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등 배달 시장 사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위메프오는 지난 2019년 4월 위메프 온·오프라인연계(O2O)실 구성원들이 사내벤처 성격으로 시작한 배달 앱이다.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거래액이 30배 늘었고 월간이용자수(MAU)는 50만명을 넘어서는 등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CU와 손잡고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내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종합 쇼핑몰 시대를 연 인터파크는 소프트뱅크 투자를 받은 야놀자에 인수됐고, 같이 시장에 진입한 다나와도 넘어가는 등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 외에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면 중소형 업체는 시장에서 철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