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진 신임 호텔롯데 대표(호텔HQ 총괄대표) 선임으로 호텔롯데가 기업 가치를 높여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29일 업계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으로 기업 재무 구조와 사업 전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텔롯데는 일본계 주주 비율이 99%로 신주를 발행해 상장하면 일본계 지분을 낮추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인 지배 구조 개편을 완성할 수 있다.

1969년생 안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컨설팅 회사 AT커니에서 근무했다. 2005년 LG화학(051910)의 첫 30대 임원(산업재·마케팅전략담당 상무)에 오른 뒤 2017년까지 LG화학과 LS(006260)에서 사업 전략을 맡았다. 2018년 모건스탠리에서 인수한 놀부 대표를 맡았는데 배달 서비스를 강화해 실적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호텔 전경. /롯데호텔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을 없애고 투명한 지배 구조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양축으로 돼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롯데쇼핑(023530), 롯데물산 등 핵심 계열사의 주요 주주인데 일본 롯데홀딩스(19.07%) 등 일본계가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4%만을 보유하고 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등 기타 인사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4%를, 일본 경영진은 53%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의 경우 신동빈 회장(13%)과 계열사 보유분을 합한 지분율이 41.7%(보통주 기준)다.

/ 그래픽=정다운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 당시 국회에 출석해 “내년 상반기까지 호텔롯데를 상장시키겠다”며 “지금 30~40%를 신주 발행으로 하자고 (논의가) 돼 있고 장기적으로 일본 계열사가 갖고 있는 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계 지분을 희석시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

롯데호텔은 2015년 말 IR팀을 꾸리고 2016년 상장 준비에 나섰으나 이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국정농단 사건 연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실현하지 못했다. 현재 기업 IR팀도 해체돼 없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우선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면세 실적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호텔롯데의 올해 3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3조1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으나 24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하늘 길이 열리고 외국인 수요가 회복되면 면세 실적을 끌어올린 뒤 IR팀 등을 꾸리고 상장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