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토지·건물 등을 담보로 3억800만달러(약 3700억원)를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설립 이후 만년 적자였으며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비전펀드를 통한 투자금 2조원을 회수한 상황이다. 쿠팡은 이번 대출로 풀필먼트(fulfillment·통합 물류) 센터 등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고정금리 3.45%로 1억3900만달러(1700억원)를 대출받았다. 대출 기간은 2년으로 1억6700만달러(2000억원) 상당의 토지·건물을 담보로 잡았다. 쿠팡은 지난 8월에도 고정금리 3.155%로 1억6900만달러(2010억원)를 대출 받았다. 대출 기간 3년에 담보는 2억300만달러(2400억원) 상당의 토지·건물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대출과 관련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주식 상장 당시 최대 12억5000만달러(1조4000억원)까지 3년짜리 무담보 리볼빙 한도 대출(unsecured revolving credit facility)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볼빙 한도 대출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기업은 일정 기간 정해진 한도 내에서 은행으로부터 대출과 상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사용한 대출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기 때문에 금융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유리하다. 당장 운영 자금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선 대규모 현금 유출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쿠팡의 무담보 리볼빙 한도 대출 조건은 상장을 통해 최소 20억달러(2조4000억원)를 조달하는 것이었고 쿠팡은 5조원을 조달했다. 쿠팡은 리볼빙 한도 대출을 받고 별도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담보 대출 3억800만달러를 받았다.
쿠팡은 대출 자금으로 국내에 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쿠팡은 제품을 직매입해 풀필먼트 센터에서 제품 입고부터 분류, 배송, 반품까지 일괄 처리하고 있다.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곳 넘는 물류센터를 갖고 있으며 올해 상장 당시 1조원 넘게 투입해 전북 완주, 경남 창원·김해, 충북 청주, 부산 등에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매년 수백억~수천억원씩 투자해 핵심 요지에 물류센터를 짓고 경쟁 업체보다 물건을 싸게 배송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상장 당시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궁금해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산간 오지 등 배송이 어려운 지역까지 균일하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인구 70%가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7마일(11㎞) 이내에 거주 중인데 모든 인구가 이에 해당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쿠팡이 직매입과 물류 등에 대규모 투자하는 과정에서 쿠팡의 누적 적자도 심화됐다. 쿠팡은 2010년 설립 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 4조8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은 46억달러(5조2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지만 3억1511만달러(3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쿠팡은 공모가 35달러(4만원)로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했으나 최근 20달러 중반대로 하락했다.
쿠팡은 그동안 필요 자금을 소프트뱅크 등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마련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쿠팡에 30억달러(3조5000억원)를 투자했으나 쿠팡 보호 예수 기간이 끝난 지난 9월 보유 주식 2조원어치를 매각했다. 보호 예수는 기관 투자자 등 주요 주주가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보호 예수 기간이 끝나면 단계적으로 매도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쿠팡의 최대 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