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서 집 앞까지 하루면 갑니다.”

전자상거래 기업의 신선식품 배송 경쟁이 산지 직송으로 옮겨붙고 있다. 신선식품 온라인 주문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품질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롯데 등 유통 대기업도 전자상거래 기업을 따라 초(超)신선 경쟁에 뛰어들고 나섰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기업 티몬은 최근 생산자 직접 배송 방식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티프레시’를 출범했다. 제주도 감귤 농가와 전용농장 계약을 맺고, 아침에 수확한 감귤을 다음날 집 앞으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2015년 신선식품 온라인 장보기를 꺼냈던 티몬이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한 지 약 2년 만이다.

티몬은 산지 직송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감귤 5㎏을 도매가 수준인 1만2900원에 내놨다.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는 무료 반품 정책도 도입했다. 티몬 관계자는 “신선식품 모바일 주문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티프레시를 출범했다”면서 “제철 과일인 귤을 시작으로 직송 상품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티몬 신선식품 브랜드 티프레시. / 티몬 제공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에 수산물 직송을 더했다. 지난 6월 전복, 오징어, 새우 등을 현지에서 바로 보내는 산지 직송을 시작했다. 위메프도 농수산물을 산지에서 바로 보내는 ‘맛신선’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위메프 식품 상품기획자(MD)가 전국을 돌며 맺은 계약을 토대로 전날 주문한 농수산물을 다음날 새벽에 배송하는 방식이다.

산지 직송이 신선식품 차별화의 필수 전략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신선식품 거래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한번 품질이 확보되면 고객들을 붙잡아 두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농축수산물 온라인 거래액은 2조10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패션·생활 등 공산품 거래액은 10%대 증가를 기록한 데 그쳤다.

산지 직송은 수익성 확보에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단계가 줄면서 같은 상품을 팔아도 마진율이 올라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수산물 유통은 물동량의 70%가량이 서울·수도권 지역으로 집중된 뒤 재배송된다”면서 “산지 직송은 도매에서 소매로 이어지는 단계를 건너뛸 수 있어 좋은 상품을 더 싸게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위메프 신선식품 직배송 서비스 '맛신선'. / 위메프 제공

산지 직송으로 질 좋은 상품을 싸게 팔면서 판매도 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프레시에 산지 직송을 더한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전남 완도에서 생산한 전복을 쿠팡 로켓프레시로 유통하는 오정목 다복수산 대표는 “양식장에서 기른 전복을 바로 보내자 고객이 먼저 찾고 있다”면서 “산지 직송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채널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해 온 유통 대기업도 온라인 기반 산지 직송에 올라타고 있다. 롯데쇼핑(023530)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 온라인 통합몰 롯데온은 얌테이블·은하수산 등 산지 수산물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과 손잡고 산지 수산물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당일 오후 5시까지 주문하면 오후 7시에 산지에서 직배송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는 산지 직송은 전국 단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쿠팡은 3000억 원을 투자해 경상남도 김해, 창원 등에 신선식품 유통이 가능한 물류센터 건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선식품은 일정 수준 이상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이후엔 차별화가 어려운데 산지 직송이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