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가 웹드라마·웹예능을 제작하며 MZ세대(1980~2000년대생)에게 다가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며 볼 수 있는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전파해 광고 효과를 얻는 것이다.

드라마나 예능 속에 제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PPL)와 달리 웹드라마·웹예능은 기획 단계부터 옷이나 제품을 주제로 제작해 주객(主客)을 전도한다. 소비자들은 처음부터 쇼핑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재밌는 영상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구매할 수 있다.

티몬 웹드라마 스위트 오피스. /유튜브 캡처

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유튜브에 웹드라마 ‘바이트 씨스터즈’를 올려 조회수 400만회를 넘겼다. 뱀파이어들이 인간을 도와주며 마음을 열어 가는 판타지 드라마다. 웹드라마 방영 이후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한섬 온라인몰 더한섬닷컴 매출은 두 배 늘었고 등장인물이 입고 나온 청바지, 셔츠 등은 완판 됐다.

한섬은 웹예능과 패션 웹다큐 제작도 검토 중이다. 기업명과 브랜드 노출을 최소화하는 대신 재밌는 영상을 앞세워 자연스럽게 한섬을 알린다는 전략이다. 한섬 관계자는 “판촉 행사 없이 매출이 늘고 제품이 매진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웹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매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티몬은 유튜브 티몬 플레이 채널에 ‘스위스 오피스’ ‘수상한 소개팅’ ‘로코에 진심인 편’ 등 웹드라마를 올렸다. 웹드라마 한 편당 평균 시청자는 16만 명 수준으로, ‘스위스 오피스’의 경우 조회수 60만 건을 넘어섰다. 드라마에 티몬의 초 단위 파격 특가 ‘100초 어택’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식이다. 티몬 관계자는 “일방적인 제품 설명이 아니라 고객이 먼저 찾아보는 콘텐츠로 MZ세대와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한섬 웹드라마 바이트 씨스터즈. /한섬

아모레퍼시픽(090430)은 래퍼 이영지와 화장품 프리메라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피부 민감 지옥을 탈출하는 주인공 ‘민감성’을 다룬 이야기로, 이영지는 피부가 민감한 사람을 지옥이나 현실 세계로 보내는 지옥 차사(差使) 역할을 맡았다. 이 웹드라마는 누적 조회수 170만을 기록했다. 풀무원(017810)은 웹드라마 ‘프로젝트 얄피’에서 자사 캐릭터 얄피와 교자를 활용해 만두 개발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 조회수 20만을 넘겼다.

롯데백화점은 유튜브 채널 오떼르(Hauteur the day)에 웹예능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이 문 닫은 저녁 평행 세계가 열리고 가수 ‘이달의소녀’가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이다. 신세계(004170)그룹이 지난해 실크우드와 스튜디오329 등 드라마 제작사 2곳을 인수한 것도 유통 관련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웹드라마·웹예능을 통해 쇼핑 경계를 허물고 고객을 팬으로 만들며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