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업계가 샤넬 등 명품을 유치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위드(With)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 여행이 재개되면 보복 소비 욕구가 몰릴 것으로 판단해서다. 면세 업계에선 “면세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90%가 넘는데 해외 여행이 재개되면서 외국인 특수(特需)도 기대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단계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1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5260억원으로 전달보다 16% 늘었다. 면세점 이용객은 20% 늘어난 54만9680명이었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접종 완료자에게 입국을 완화하는 국가들이 늘며 여행 심리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다시 면세 매장을 열었다./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달 초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샤넬 매장을 405㎡(약 123평) 규모로 열었다. 샤넬이 제1여객터미널에 복귀한 것은 2015년 철수 이후 6년여 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출신 작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을 샤넬 매장 곳곳에 전시했으며 의류, 가방, 신발, 보석 등을 판매하고 있다.

2016년 면세 사업에 진출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공격적으로 명품을 유치하며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어났다”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인천공항 분만 아니라 전 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티파니 매장을 90㎡(약 27평) 규모로 열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1월 로에베, 6월 불가리, 구찌 등을 열며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롯데면세점 측은 “간사이에서 가장 많은 럭셔리 매장을 운영하며 면세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점점 늘어나는 인천공항 면세점 쇼핑객. /연합뉴스

롯데면세점은 해외 6개국 11개 지점을 운영하며 향후 5년을 겨냥해 해외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조만간 회복될 관광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다낭과 호주 시드니 등 시내 면세점 신규 출점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지 백신 접종 상황, 여행객 추이 등을 지켜보며 개점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하이난의 하이요우면세점과 합작사를 설립해 상품 소싱(구매), 시장 개발, 인력 교류, 상품 개발을 협력하기로 했다. 하이요우면세점은 지난해 하이난관광투자발전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9만5000㎡(약 2만8700평) 규모의 시내 면세점으로 500여 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2018년 하이난을 화물, 자본, 인력이 자유롭게 오가는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한 뒤 면세 특구로 키우고 있다. 1인당 면세 한도를 3만위안(514만원)에서 10만위안(1713만원)으로 확대하며 내수를 진작시키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하이난 진출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 측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에 진출해 면세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