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에 사는 직장인 장원석씨(33)는 최근 시에서 내놓은 공공배달앱 ‘배달서구’를 이용해 치킨을 주문했다가 1시간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매장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주문을 이제야 봤다”는 답변을 들었다. 장씨는 “평소 사용해 온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이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공공배달앱을 써봤는데, 가게 사장님도 잘 안 쓰는 것 같아 계속 써야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소상공인을 포함한 지역민 모두에게 힘이 되겠다”며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 ‘공공배달앱’이 좀처럼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가맹비 무료에 0~2%대 저렴한 수수료로 가맹점주에겐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를 묶어둘 요인이 민간 앱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공배달앱의 운영비는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음식점 모니터에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화면이 떠있다./연합뉴스

7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등록된 20개 지자체 공공배달앱의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일 하루 활성 이용자(DAU)는 19만4903명으로, 국내 1위 민간 배달앱 배달의민족 DAU(599만1988명)의 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예산으로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이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경기도의 ‘배달특급’, 대구시 ‘대구로’, 광주시 ‘위메프오’, 충청북도 ‘먹깨비’ 등 4곳을 제외한 16개 공공배달앱은 DAU가 1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 ‘제로배달유니온’, 인천시 서구·'배달e음’, 울산시 ‘울산페달’, 세종시 ‘배슐랭’, 충청남도 ‘샵나라’, 전라남도 ‘쌍쌍여수’, 부산시 ‘동백통’(시범 운영) 등 8개 공공배달앱은 DAU가 0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인덱스 관계자는 “DAU가 500~600명을 넘어서지 않으면 유의미한 데이터가 분석되지 않아 0으로 표기한다”고 말했다. 8개 공공배달앱의 경우 하루 이용자가 600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만든 공공배달앱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은 초기부터 나왔다. 소상공인은 민간업체의 배달앱을 이용하면 6.8~12.5%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반면 공공배달앱에는 0~2%대의 수수료만 내면 되고 광고비도 없다. 예를 들어 월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점주는 모든 주문을 공공배달앱으로 받으면 수백만원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이용객은 별다른 혜택이 없어 공공배달앱을 쓸 유인이 적다. 공공배달앱 대부분은 ‘지역화폐 사용 가능’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불리는 지역화폐를 공공배달앱에서 이용하면 7~1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지역화폐는 민간 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민간 배달앱에서는 수시로 할인 쿠폰 등을 주기 때문에 공공배달앱이 항상 저렴한 것은 아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지자체의 공공배달앱은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10% 수준이 할인되지만, 이용자가 적은 탓에 점주는 공공배달앱 주문을 등한시하게 되고 잠깐 이용했던 고객은 또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배달앱 수수료 구조. / 부산시 제공

지난해 3월 국내 1호 공공배달앱으로 주목받았던 전라북도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최근 이용자 감소를 겪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지역 내 전체 점포의 약 절반(1298곳)이 가맹점에 등록됐지만, 월간 이용자 수는 2만4633명(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전월(2만5548명)대비 감소했다. 지난달 월간 이용자 수는 2만2972명으로 3개월 새 10% 줄었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 이용자 수는 소폭(0.08%) 증가했다.

예산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지자체 공공배달앱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 ‘배달특급’은 지난달말 기준 누적 거래액이 600억원을 넘었지만, 경기도는 올해 할인쿠폰 등 홍보비로 26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출범할 때는 3억원의 예산을 썼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배달앱은 낮은 중개수수료를 책정해두고 있어 수수료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결국 세금을 통해 지원하는 형태”라면서 “지속적인 활동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앱은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운영비는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지금의 수수료를 유지할 경우 시장 안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