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가 서울 동대문에서 운영 중인 복합 쇼핑몰 ‘아트몰링 장안점’을 다음달에 폐점하기로 했다. 2013년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패션기업에서 종합유통기업으로 변모하겠다”며 아트몰링 장안점을 출점한 지 8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부른 비대면 소비 확산이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자 결국 폐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는 내달 7일 아트몰링 장안점 포인트 카드 서비스를 종료하고 일주일 후인 14일 매장을 완전 철수하기로 했다. 이미 9월말부터 아트몰링 장안점에 입점한 자사 여성 패션 브랜드인 샤트렌·올리비아하슬러, 제화 브랜드 에스콰이아 등에서 고별전 행사를 열고 매장을 빼는 등 폐점 준비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패션그룹형지 사옥에서 최병오 형지 회장이 자사 브랜드 바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조선일보DB

2013년 5월 패션 브랜드 코데즈컴바인으로 유명한 예신그룹으로부터 건물을 인수해 문을 연 아트몰링 장안점은 패션그룹형지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혔다. 지하 3층~지상 11층 연면적 4만755㎡(1만2328평) 규모 건물로 인수가는 777억원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직접 만든 옷을 자체 쇼핑몰에서 팔 수 있게 됐다”면서 “매출 1조원 돌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아트몰링 장안점 출점 8년이 지난 현재 패션그룹형지 매출은 3000억원대(지난해 기준)에 머물고 있다. 2013년 4027억원과 비교해 1000억원 넘게 줄었다. 자사 브랜드 외 고객을 유인할 브랜드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아트몰링의 적자가 계속됐다. 2014년 패션그룹형지는 아트몰링 건물을 매각하고 매장 운영권만 보유하는 것으로 사업을 조정하기도 했다.

2017년 3월 최 회장은 부산 사하구에 지하 8층~지상 17층 연면적 5만8896㎡(1만7816평) 규모 ‘아트몰링 부산점’을 열며 유통 사업을 재차 확장했다. 판매 채널을 늘리겠다는 복안이었지만, 아트몰링은 2017년 77억원을 시작으로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에는 91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업계에선 패션그룹형지가 아트몰링 부산점 문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몰은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끌어와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감소로 패션그룹형지의 매출이 3025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9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패션그룹형지가 서울 동대문에서 운영 중인 복합 쇼핑몰 ‘아트몰링 장안점’. / 패션그룹형지 제공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시장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백화점과 같이 보복 소비가 일어나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수밖엔 없는데 중견기업은 쉽지 않다. 패션그룹형지가 시장을 잘못 읽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션그룹형지는 아트몰링 장안점 건물을 매각한 후 매달 임차료를 내고 있는데 이조차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백화점·기업형 슈퍼마켓(SSM) 같은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 매출이 유통업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5%로 전년(58.8%)대비 5%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쿠팡·위메프·11번가·인터파크·이마트(139480)몰·신세계(004170)몰·롯데온 같은 온라인 기반 쇼핑몰 매출 비중은 41.2%에서 46.5%로 커졌다.

아트몰링 장안점은 향후 오피스텔로 재건축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인 인트러스장안피에프브이가 지난 5월 13일 해당 건물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PFV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참여기업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설립하는 회사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건물까지 팔려 더는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