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입문 6개월 차인 30대 직장인 김규호씨는 ‘세인트앤드류스’나 ‘마크앤로나’와 같은 일본 브랜드 골프복을 주로 산다. 그는 “100타 정도 치는 초보 골퍼가 기능에 집중된 골프복을 사는 것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데 일본 브랜드 골프복은 일상복으로 입어도 될 정도”라며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 옷은 잘 안 사지만, 골프복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상의 디자인을 앞세운 일본 골프복 브랜드가 국내 골프복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점포 50여곳의 문을 닫고,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지난 9월 국내에서 철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상복처럼 편안한 형태의 일본 골프복 브랜드가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 파리게이츠 제공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골프복 브랜드 세인트앤드류스는 국내 진출 3년 만인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20억809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28억원과 비교하면 321% 성장했다. 세인트앤드류스 관계자는 “티셔츠 한 장이 25만원을 넘는 고가임에도 찾는 고객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국내에 진출한 일본 골프복 브랜드 ‘파리게이츠’도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535억원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24% 넘게 성장했다. 파리게이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리된 ‘마스터바니에디션’은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2.6배 수준으로 늘어 올해 상반기에만 92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30대가 골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기능성을 강조했던 골프복과는 다른, 편하고 젊어 보이는 골프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일본 골프복 브랜드는 트렌드와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세인트앤드류스가 출시한 원마일웨어 골프복. / 세인트앤드류스

국내 골프복 소비는 20~30대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 골프를 즐기는 인구 수는 515만명으로 2017년보다 33% 늘었다. 골프복 시장 규모는 작년 5조1000억원대로 전년보다 10%가량 성장했다. 이 중 20~30대의 골프복 소비는 전체의 22%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골 모양 로고에 화려한 색상으로 유명한 일본 골프복 브랜드 마크앤로나도 20~30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마크앤로나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크앤로나를 수입·판매하는 제이씨패밀리는 “차별화된 디자인 덕에 젊은 층이 먼저 찾는 골프복이 됐다”고 했다.

기능 중심의 미국 골프복 브랜드 ‘핑’은 올해 일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골프패션 기업 크리스에프앤씨(110790)에 따르면 핑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었다. 크리스에프엔씨는 미국 골프용품 제조사 카스텐사와 일본 TSI그루브앤스포츠로부터 각각 핑, 세인트앤드류스·파리게이츠 국내 전용사용권 계약을 맺고 있다.

일본 골프용품 업체들도 골프복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 골프채로 알려진 ‘혼마골프’는 올해 본격적인 골프복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골프복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미즈노’는 백화점 입점 규모를 늘리고 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일본 골프복 브랜드의 약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