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가 신 유통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주유소를 퀵커머스(빠른 배송)를 위한 도심 물류거점이자 새로운 상업공간으로 보고 협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그룹 계열 신세계프라퍼티는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와 공동사업협약을 체결하고 주유소를 복합물류센터로 개발하기로 했다. 코람코에너지리츠가 보유한 전국 도심 주유소 170곳을 물류와 상업시설을 접목한 도심 물류거점으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물류 및 모빌리티 거점으로 주유소를 개발해 상품 배송 속도를 높이고, 식음료(F&B)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통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는 2019년 사업 목적에 ‘석유 판매업 및 연료 소매업’을 추가하고 주유소 편의점 ‘이마트24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편의점이 주유소 부지 일부를 임대해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편의점이 주유소를 운영하는 형태로 현재 6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올해 4월에는 에쓰오일 주유소 내에 셀프 결제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편의점’을 개설했다. 회사 측은 향후 키오스크를 설치해 편의점에 들어가지 않고 상품을 구매해 픽업 존에서 수령하는 서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2019년부터 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주유소 유휴 공간을 로켓배송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밤에 주유소가 문을 닫으면 쿠팡이 이곳에 물건을 쌓아놓고 각 가정으로 배송을 나가는 형태다.
유통사와 주유소의 협력이 활발해진 이유는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필요한 상품을 즉시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가 부상하자, 유통업체들은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낙점했다. 30분 내 생필품을 배달하는 배달의민족의 B마트, 15분 내 배달하는 쿠팡이츠마트 등과 경쟁하기 위해선 도심 곳곳에 물류거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그 해결책으로 주유소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채택된 것이다.
친환경 연료 등의 부상으로 매출이 부진한 주유소 업계도 이를 성장 기회로 반기고 있다. 정유사가 직접 나서 주유소의 개편을 추진하기도 한다. GS칼텍스는 모빌리티 인프라와 물류거점, 편의시설 등을 결합한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확대하고 있다. 그룹 내 유통업체인 GS리테일(007070)의 편의점 GS25 등과 협력해 주유·충전·세차를 비롯 차량 공유, 드론 택시 배송, 편의점·F&B 등을 결합한 공간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주유소는 물류 거점을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인 O2O(Online to Offline)의 개념을 적용하기 적합한 공간으로도 평가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는 차량을 보유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F&B, 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는 공간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