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호 신세계(004170)백화점 대표가 “유통의 신세계를 열어보자”며 추진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5월 1기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 사업 본격화 반년도 지나지 않아 철회된 가운데 3개월 만에 재추진한 2기 모집도 지원이 저조한 상황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8월 3일부터 9월 10일까지 진행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 ‘S벤처스’ 2기 공모에 단 2팀만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백화점은 플랫폼, 스마트팜, 바이오 등 총 13개 부문애서 공모를 진행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출입구 모습. / 연합뉴스

S벤처스는 신세계백화점 내에서 ‘탈(脫)백화점’ 신성장동력 확보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005930)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임직원의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해 신사업에 도전한다는 계획이었다. 차 대표가 직접 취임 후 첫 프로젝트로 S벤처스 설립을 추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7월 차 대표의 주문에 따라 S벤처스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해 총 24개 지원팀 중 2팀을 선발했다. 당시 선발된 S벤처스 1기는 공유주방과 낚시플랫폼 벤처로 사업 개발과 사업성 검토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말 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사업 시작 5개월여 만인 지난 5월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조직을 해체했다. 특히 신세계 브랜드를 걸고 백화점 식당가의 가게와 지역 맛집 등을 유치해 고급스러운 배달음식을 선보이겠다고 출범한 공유주방 벤처는 지난 4월 신세계백화점으로부터 10억원 투자 협의를 마치고도 1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낚시플랫폼 벤처는 낚싯배 예약부터 낚시용품 판매까지 낚시인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최근 유통업계의 대세로 떠오른 메타버스 활용 계획도 사업 내용에 올랐다. 하지만 공유주방 벤처보다 1개월 앞선 지난 4월에 해체됐다.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첫번째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 사업 시작 1년도 안 돼 해체되면서 2기 지원에 대한 두려움이 사내에 퍼져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공모에 지원한 2개팀 전체를 S벤처스 2기로 뽑아야 계속 사업이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S벤처스 1기 사업 중단 3개월 만에 2기를 선발하면서 선발 기준을 강화했다. 공모 후 사업성 검토를 거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 6개월 후 성과 확인이란 추가 절차를 신설했다. 사업 중단 결론을 내지 않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벤처스를 통해 신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차 대표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신세계 내 신사업 전문가로 꼽히는 차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도 스튜디오 톰보이와 자주를 해외에 진출시켜 실적을 끌어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은 보복소비 흐름을 타고 지난 8월에 전년 동기 대비 9.4% 늘어난 116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인 SSG닷컴과 연계가 아닌 백화점 단독 신사업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S벤처스를 통한 신사업 도전 계획은 여전하다”면서도 “S벤처스 2기는 이제 공모를 마무리한 상태로 구체적인 일정이나 규모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