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가전 양판점 전자랜드가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가전판매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 사업만으론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서울청과와 합작해 과일 당일 배송을 구축했던 전자랜드는 최근 사업 목적에 화장품, 건강식품 판매 등 신사업을 잇달아 추가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 운영사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은 지난 8월 30일 정관 내 사업목적에 '화장품, 방향제, 탈취제 판매업'과 '의약외품 및 기타 건강용품 판매업'을 각각 추가했다. 전자랜드가 지난해 9월 과일 등 농수산물 도소매업을 정관에 추가하고 약 9개월 만에 과일 판매 브랜드 '선한과일'을 선보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전자제품 매장에 화장품과 건강용품이 들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선한과일은 가락시장 법정 도매 법인인 서울청과의 베테랑 과일 경매사들이 직접 고른 국내 상위 10%의 우수한 과일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전자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고, 과일 전용 배송 차량으로 수도권 지역에 한해 당일 배송한다. '가전업체가 파는 과일'이라는 점이 주목받으며 최근 꾸준히 주문이 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자랜드는 '요트, 캠핑카, 카라반 및 캠핑용품 판매업'도 8월 30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지난 7월 새로 문을 연 전자랜드 용산 2호점(타이푼)에 한시적으로 캠핑존을 열었는데, 캠핑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온라인몰 유입 효과를 늘리기 위해 사업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아직 사업 계획이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온라인몰에서 화장품, 건강용품, 캠핑 용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2년 전부터 직영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가구, 완구를 비롯해 골프 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KT(030200)와 로봇 판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일부 매장에서 KT의 AI 서빙 로봇을 전시·판매한 후 온라인몰에도 로봇 상품을 등록한다는 방침이다.
전자랜드가 판매 제품군을 확대하는 이유는 가전판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성장동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전 교체 수요가 늘었지만, 전자랜드는 시장이 커지는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판매 시장 규모는 29조5000억원으로 전년(24조9000억원) 대비 19%가량 늘었다. 하지만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액은 8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상반기 가전판매는 온라인에 집중됐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채널에서의 가전제품 판매 매출은 19%나 증가했으나 오프라인 시장은 전년과 비교해 4% 감소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최근 가전판매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삼성전자(005930), SK매직, 캐리어 등 주요 가전 제조기업의 제품을 로켓배송 하면서 설치까지 해주는 '로켓설치' 상품을 선보였다. 의류판매를 주로 했던 무신사에도 지난 5월 삼성전자의 TV·에어컨·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이 입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교적 값비싼 가전은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가전 구매마저 점점 비대면·온라인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더라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추세가 확산하면서 전자랜드와 같은 가전 양판점은 위기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전자랜드와 함께 국내 가전 전문 양판 시장을 주도해온 롯데하이마트는 이미 지난 3월 사업목적에 '중고제품 도매·소매 및 중개 서비스업'을 포함했다. 중고제품 도매·소매 및 중개 서비스업은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이란 이름으로 구체화해 오는 10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트마켓은 롯데하이마트 온라인몰 내에 새로운 메뉴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 1층에는 와인숍이 배치됐다. 이 와인숍은 롯데하이마트가 롯데칠성(005300)음료와 손잡고 처음 선보인 매장이다. 10만원대 이하 와인부터 100만원 이상 프리미엄 와인까지 판매한다. 매장에는 와인을 잘 아는 롯데칠성음료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통상 가전 양판점 1층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을 전시했던 것과 대조된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전기차충전사업과 중고제품 중개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틀을 벗어난 와인샵 등을 배치해 고객을 롯데하이마트 매장으로 이끄는 집객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