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문을 연 경기도 의왕 소재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 침대업계 2위 기업 시몬스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들어섰다. 타임빌라스 실내 쇼핑공간을 지나 외부 광장으로 나오면 6600㎡(약 2000평) 규모의 통유리 건물 10개가 들어선 글라스 빌(Glass Ville)이 나오는데, 시몬스는 여기에 가구업체 중 유일하게 입점했다.

9월 10일 경기도 의왕시에 문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내 글라스빌에 입점한 시몬스 오프라인 매장. / 의왕=이현승 기자

글라스 빌에 입점한 브랜드 면면을 보면 시몬스와는 결이 다르다. 백화점·아울렛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신생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춘천 감자빵·강원 옥수수빵 등을 파는 파머스F&B의 국내 유통사 최초 친환경 테마 카페,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의 아웃도어 캠핑 복합문화공간, 스케이트보드 체험 공간과 보드샵을 결합한 스케이트 콘텐츠 전문매장 세이버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023530)이 시몬스에 글라스 빌 공간을 내준 건 매출 증대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시몬스는 지난 2월 말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069960)의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개점 열흘 간 누적 매출 9억원을 기록해 침대·가구업체 중 1위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열흘 간 10억원, 대전신세계는 5일 간 4억6000만원을 기록해 역시 가구업체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침대업계 1위인 에이스침대(003800)도 백화점의 러브콜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을 열면서 에이스침대에 가구업체 중 가장 넓은 312㎡(94평)의 영업공간을 줬다. 8월에는 롯데쇼핑이 부산에 문 연 생활용품 전문관 메종 동부산에 에이스침대 매장을 578.5㎡(175평) 규모로 입점시켰다. 에이스침대의 국내 백화점 입점 매장 중 가장 넓다.

지난 2월 말 문연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에이스침대 오프라인 매장. / 에이스침대 제공

국내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신규 출점 매장의 초기 매출을 좌우하는 건 가전·가구인데, 최근엔 고급 침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에이스, 시몬스 등 침대 전문 업체에는 영업공간을 작게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넓게 만들어 고객들이 직접 체험해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판매하는 주력 상품인 침대 매트리스의 가격은 낮게는 200만~300만원에서 높게는 1000만원을 넘는다. 침대 프레임까지 사면 100만~500만원이 추가된다. 침대는 교체주기가 수십년에 이르는 만큼 결혼·독립 등을 계기로 큰맘 먹고 구매하는 고가의 가구 중 하나다. 원래도 침대 구입에 수백만원을 지출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수천만원까지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구업계에선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가 침대 수요가 늘었다고 본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19년에 3만달러를 넘으면서 국민들의 관심사가 의(衣)·식(食)에서 주(住)로 이동했고 1~2인 가구 증가로 가격대는 높더라도 품질이 좋은 가구를 소량 들여놓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었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증가하며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에이스침대·시몬스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스침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 늘어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시몬스 역시 상반기 매출이 50% 성장한 153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두 회사 모두 연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가 업계 1위를 두고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회사는 한 집에서 태어난 형제가 침대 시장에서 ‘안정적 과점’을 유지하고 있다. 1963년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설립한 안유수 회장이 1968년생 장남 안성호 대표에게 에이스침대를 물려줬고 최대 경쟁사였던 시몬스를 1992년 인수한 뒤 1971년생 차남 안정호 대표에게 경영을 맡겼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제품을 고급화 한다는 같은 노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제품 홍보·마케팅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설립 이후 한번도 다른 회사에 1위를 내준 적이 없는 에이스침대를 맡고 있는 안성호 대표는 박보검, 블랙핑크 제니 등 대중적인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침대는 품질과 위생이 최우선’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2위인 시몬스는 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하다. 이 회사는 올해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는 피곤해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준 뒤 홀로 상쾌한 표정을 짓는 남자 모델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숙면의 중요함을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6월에는 부산에 식료품 상점을 컨셉으로 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었다. 지역 판매자가 생산하는 쌀, 수박, 참외와 모자, 티셔츠 등 소품을 판다. 지역 문화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왼쪽부터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 안정호 시몬스 대표. / 에이스침대, 시몬스 제공

국내 침대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추산되지는 않는다. 다만 침대 하나만을 취급하는 회사를 기준으로 본다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독보적인 1·2위다. 두 회사의 연 매출은 작년 기준 각각 2895억원, 2715억원이다. 코웨이가 지난 2011년 침대 매트리스 시장에 진출해 작년 기준 22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외에는 금성침대(매출 654억원) 등 다수의 중소기업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추정하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의 시장점유율은 40~50% 수준이다. 두 회사가 추진하는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은 이런 과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침대가 고가인 만큼 직접 만져보고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사인 코웨이의 경우 침대 판매·렌탈을 위한 오프라인 매장을 내지 않고 있어 더욱 차별화 된다.

이런 과점 체제가 흔들릴 지는 코웨이에 달려있다. 코웨이는 지난 2월 매트리스 업체인 아이오베드를 430억원에 인수하면서 그동안 외부업체에 맡겼던 매트리스 생산을 내재화 하기로 했다. 매트리스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기준 10% 미만이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코웨이의 매트리스 매출은 2019년 1825억원에서 작년 2214억원으로 21% 증가했다. 정수기 매출이 2.2% 늘어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코웨이 측 관계자는 “코웨이는 침대 매트리스를 렌탈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해 침대는 한번 사면 장기간 변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교체 가능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작년 기준 매출이 2위업체에 거의 근접하는 등 매트리스 사업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