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아래 400m 높이의 바라산을 배경으로 높이도 모양도 제각각인 통유리 건물 10개가 들어섰다. 일반 건축물과 달리 통유리 건물은 자연의 빛을 그대로 머금어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다른 색을 띈다. 최신 건축물과 자연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서울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개관 전인 3일 방문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내부에 있는 글라스 빌 모습. 유리 건축물 앞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아쿠아 파크가 있다. / 이현승 기자

오는 10일 정식 개관을 앞둔 경기도 의왕 소재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의 대표 공간은 글라스 빌(Glass Ville)이다. 실내 쇼핑 몰을 구경한 뒤 잔디광장으로 나오면 2000평 규모의 야외 공간이 펼쳐진다. 이국적인 유리 건축물 10개가 듬성듬성 설치돼 있다. 10개엔 각각 다른 브랜드가 입점한다.

3일 미리 찾은 타임빌라스는 아직 내부 정리에 한창이었다. 실내 쇼핑 공간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입점 준비 중이었고 나무를 심는 조경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타임빌라스는 롯데쇼핑(023530)이 2018년 12월 기흥점 이후 2년반 만에 신규 출점하는 아울렛이다. 연면적 17만5200㎡(5만3000평), 영업면적 4만3000㎡(1만3000평) 규모다.

볼거리는 내부보다는 외부에 있었다. 글라스 빌은 타임빌라스를 기존 롯데 아웃렛은 물론 신세계, 현대 아웃렛과도 명확하게 차별화 한다. 그동안 유통사들이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시설을 빈틈없이 채워 넣었다면 글래스 빌은 여백이 넘쳐난다. 고객들은 그 빈 공간을 통해 바라산, 혹은 조경된 나무와 꽃을 볼 수 있다.

글라스 빌의 유리 건축물은 10개인데, 모양도 높이도 제각각이다. 외부에서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건물 주변에는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다. / 이현승 기자

글라스 빌은 롯데쇼핑이 2014년 부지를 매입해 2017년 인허가를 받고 공간 기획에 들어갔을 때까지만 해도 예정에 없었다. 강렬한 한방이 필요하다는 고민에 빠진 롯데쇼핑 임원진의 눈에 서울 익선동을 소셜미디어(SNS) 명소로 만든 공간 기획·컨설팅 스타트업 글로우서울이 들어온 건 2019년이다.

글로우서울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던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태국 음식점 살라댕방콕, 여관을 개조한 카페 호텔세느장, 한옥 레스토랑 익동정육점을 기획해 2030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동네로 만들었다. 평범한 동네가 핵심 상권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본 롯데쇼핑 관계자들은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를 찾아가 콘셉트 컨설팅을 부탁했다.

유통업계에서 보수적으로 알려진 롯데가 국내외 유명업체가 아닌 국내 스타트업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오프라인 공간으로 고객이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컸다는 의미다.

타임빌라스 글라스 빌을 컨설팅한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 / 글로우서울 제공

유정수 대표는 “아무리 좋은 식당도 쇼핑몰 푸드코트에 들어가는 순간 개성이 없는 N분의1이 되어버린다”며 “강력한 체험형 상품기획(MD)을 구성하려면 각 브랜드가 스스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개별 공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라스 빌은 내부를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형 공간”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유 대표의 제안대로 글라스 빌을 구현하기 위해 영업면적이 기존 기획안 대비 거의 절반으로 줄고 비용은 두배로 늘어나는 것도 감수했다. 롯데와 협업하기 전까지 아웃렛 공간 기획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에 대해 롯데쇼핑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끝까지 원안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데는 강희태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

타임빌라스를 시공·설계한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기존 쇼핑몰의 동선이 효율성을 중시했다면, 타임빌라스 글라스 빌은 층을 여러개로 나누고 건축물 사이의 각도도 산으로 올라가는 형태를 띄도록 약간 경사지게 만들어 고객들이 익선동 골목을 구경하듯 재미있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글라스 빌 내부 모습. 매장이 복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현승 기자

글라스 빌에 들어간 10개 브랜드 면면을 보면 타임빌라스를 가족 단위 고객은 물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한 말)가 열광하는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는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MD)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최근 2030세대의 골프붐을 반영한 PXG의 프리미엄 골프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한 대형 단독 매장), 캠핑 복합문화관 스노우피크, 스케이트보드 체험공간과 보드샵을 결합한 세이버, 반려동물 복합 문화공간 코코스퀘어, 커피와 빵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로봇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최첨단 콘셉트의 카페 포듐 등이 입점한다.

실내에서도 야외 풍광을 느낄 수 있다. 타임빌라스를 방문하는 고객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광장인 더 스테이션(THE STATION)은 천장 유리돔을 통해 자연 채광이 비친다. 실내 쇼핑 공간인 파인 빌(FINE VILLE)은 개폐식 천장을 도입했다. 2층 식음료(F&B) 매장은 전체에 테라스를 조성해 인근에 위치한 백운호수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타임빌라스 초입에 위치한 광장 더 스테이션(THE STATION)은 원형 유리돔이 설치돼 있어, 고객들이 자연 채광을 느낄 수 있다. /이현승 기자

롯데쇼핑은 타임빌라스가 경기도 남부 상권은 물론 강남·서초·잠실·분당 고객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이 지역 인근 아웃렛은 김포, 남양주 등에 있어 차로 1~2시간 거리인데 반해 의왕까진 30분이면 이동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는 타임빌라스 연매출액은 3000억 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