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품가가 위생 관리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여름이 끝자락에 닿았지만, 식중독 불안은 되레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9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발생한 김밥집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단이 됐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밥집 집단 식중독 사태는 지난달 20일 파주시, 23일 고양시로 번지며 400명 넘는 피해자를 낳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9월이면 보통 김밥 진열 등 하절기 특별 관리가 풀리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은 8월까지였던 ‘하절기 식중독 사고 특별관리’ 기간을 9월까지 연장했다. 2000년 김밥 식중독 사태를 겪은 신세계백화점은 특별관리 기간을 정해 육회나 게장 등 날 음식 판매를 금지하고, 계란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매해 5월부터 8월까지를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왔지만, 한 달 연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김밥 등 판매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진열해 팔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만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 지하 1층 '프리미엄 식품관'에서 고객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는 지난 1일 사내 공지를 통해 “최근 김밥 관련 식중독 사고 이슈 발생 원인이 계란 ‘살모넬라균’으로 추정된다”면서 김밥, 롤밥 등 즉석제조식품에 들어가는 계란지단 사용금지를 한 달 연장한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살모넬라균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와 동물의 장, 자연에 널리 퍼져있는 식중독균이다. 섭씨 37℃에서 가장 잘 번식하기 때문에 여름철 식중독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롯데백화점도 살모넬라균과의 전쟁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전 지점 김밥 취급 업소 68곳을 전수 조사했다. 김밥 재료는 물론 칼, 도마 등에서 나온 시료를 수거해 미생물 검사를 진행했다. 그룹사 중앙연구소가 매년 기온 변화를 기반으로 하절기 식품 위생 관리 강화 기간을 지정하는 롯데백화점은 올해 9월까지 관리를 강화하기로 정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김밥 식중독 사태 이후 위생 관리를 강화했다”며 “제조 후 4시간이 지나면 폐기 처분한다”고 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육회나 게장과 같은 날음식과 콩국수 판매를 금지했다. 특히 4월부터 9월까지 1년 중 절반을 여름철 식중독 예방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변질이 쉬운 시금치(김밥) 사용을 금지했다. 계란은 식약처 식품안전관리인증인 해썹(HACCP) 인증을 받아야만 쓸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품목별로 관리 시간을 새로 정했다”면서 “김밥은 제조 후 2시간이 지나면 폐기 처분하고, 지점 담당이 직접 관리한다”고 말했다.

비상 체제에 돌입한 백화점들은 고심에 빠졌다. 여름철 식중독 발생 우려로 판매를 금지하거나 제한했던 식품의 판매가 뒤로 밀려나서다. 김밥 등 즉석 제조 식품은 아예 고객 발길마저 줄었다. 조선비즈가 국내 3대 백화점 중 1곳의 식품사업부문 김밥 매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달(30일까지 집계 기준) 서울·경기 소재 지점 내 김밥 매장 중 판매 목표액을 달성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전체 매장 중 절반은 평균 30% 넘게 매출이 줄었다.

일각에선 백화점이 식품 위생 관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위기 심화 등 영향으로 식중독 사태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기온이 매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만 평균 기온이 전년 대비 4.7℃ 높았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5년간 살로넬라균 식중독 환자 75%는 8~9월에 발생했다”면서 “올해 9월 기온이 평년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살모넬라균 감염증 발생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 위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백화점 빅3로 꼽히는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마저 각기 다른 식품 위생 기준을 세우고 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제는 업체가 각기 다른 임의 기준을 정할 것이 아니라 식약처 등 정부 기관이 직접 기온 변화를 고려해 여름철 변질이 쉬운 식품에 대한 관리 기준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면서 “식중독 위험은 앞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