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의 투자 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중소기업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명칭에서 ‘카카오’를 회수할 방침을 숨기고 부당 합병을 강행한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유통·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계열사 와이어트가 운영 중인 ‘카카오헤어샵’ 이름을 올해 말 회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헤어샵’은 이·미용 예약 플랫폼 서비스로, 2015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구 케이벤처그룹)가 운영사인 하시스로부터 지분 51%를 인수해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카카오는 연간 7조 원에 달하는 뷰티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 하시스로부터 지분을 인수했다.
‘카카오헤어샵’은 작년 말 기준 거래액 1000억 원으로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매출이 100억 원 수준에서 늘지 않고 영업손실이 계속되자, 지난해 11월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포헤어와 탱글엔젤 등을 전개하는 휴메이저를 흡수합병했다.
닥터포헤어는 국내 탈모 방지용 샴푸 시장 점유율 1위로 현재까지 1800만 병을 누적 판매했다. 2016년에는 세계적인 투자 대가인 짐 로저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합병 후 회사는 사명을 와이어트로 바꾸고, 휴메이저를 운영하던 권규석 대표와 하시스를 운영하던 원종석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후 ‘카카오헤어샵’을 확대·개편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총 47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1500억 원이던 기업가치는 3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7월 말 기준 와이어트의 지배구조를 보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분율 25.7%를 가진 최대 주주고, 권 대표 등 특수관계인이 25.33%, 나머지는 기관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이름을 회수하기로 하면서 사업은 난항에 빠졌다.
권 대표는 “합병 당시 휴메이저는 매출 500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으로 하시스보다 외형이 훨씬 컸지만, 거꾸로 휴메이저는 600억 원, 하시스는 9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면서 “카카오가 가진 잠재성 하나만 보고 이를 수용했는데, 이름을 회수하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가 합병 전부터 ‘카카오헤어샵’에서 이름을 회수할 결정을 세웠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합병 당시에도 그런 말이 돌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그때마다 ‘회수 안 할 거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믿고 합병했는데 1년도 안 돼 우려가 현실이 됐다. 카카오라는 이름을 걸고 투자를 유치했는데 사기꾼이 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름 회수에 대해 회사 측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합병을 진행했던 대표와 실무자가 퇴사해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대표는 지난 4월 박지환 대표에서 권기오 대표로 변경됐다.
카카오가 이름을 회수하려는 이유는 무분별한 사용을 줄여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문어발식 확장’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18개다. “100인의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하겠다”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사업을 무한 확장한 결과다.
하지만 일부 사업은 골목상권 침해와 독과점 논란 등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를 통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해 논란을 샀다.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브랜드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 내부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2년 전 김범수 의장이 계열사 브랜드를 정리하기로 결정했고, ‘카카오헤어샵’도 정리 대상 중 하나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카카오 측은 “매년 계열사들과 브랜드 사용 계약을 갱신하는 것으로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올해는 현재 계약 조건을 두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권 대표는 “합병 당시 국내외 뷰티 대기업들로부터 M&A 제안을 받았으나, 매출 규모가 우리보다 적은 ‘카카오헤어샵’과 손을 잡은 이유는 플랫폼 사업에 대한 비전 때문”이라며 “투자금으로 ’카카오헤어샵’을 국내 대표 뷰티 예약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으로 키우고, 닥터포헤어를 해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곳으로, 어떤 사업이든 펼칠 수 있다. 어찌 보면 오늘날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든 것도 플랫폼 기업들”이라며 “그러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윤리 경영 체계와 조직 문화 구축을 더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